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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대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토익과 자격증 등에 많은 비중을 두던 과거와 달리 ‘열린 채용’ ‘파격 채용’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스펙 대신 인문 지식에 대한 소양을 묻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도 열리기만 하면 만석이 되는 등 대한민국은 지금 인문학 열풍으로 가득하다.
왜 이 시대는 이토록 인문학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인문학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문학에 갖는 기대는 단순한 마케팅 그 이상인 것 같다. 작금의 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일면서 기능적인 해법보다는 뭔가 본질적인 해법을 찾아 나서려는 기업들이 인문학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KBS진주 라디오에서 “책테라피”와 “영화이야기”를 진행했으며 잡지와 신문 등에 감성 인문학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는 저자 한귀은이 지적으로 사유하는 힘, 깊이, 감성을 갖게 하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나 드라마, 즉 ‘스토리’를 차용한다. 우리가 킬링 타임으로 쓰는 스토리를 통해 인문감성을 채움으로써 일상이 어떻게 의미를 되찾는지 보여준다. 특히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인 사랑, 이별, 관계, 상처 등 소소하고 사적이지만 중요한 삶의 순간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여 우리가 부대꼈던 모든 순간에 인문학적 감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저자는 깜짝 놀랄 만한 솔직함과 섹시한 지성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저자는 책 표지에 ‘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아주 사적인 순간들’이란 부제와 더불어 ‘사랑하고 이별하고 상처받고 외로운 모든 순간에는 흔들리는 우리를 바로 세워줄 인문감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인문학은 지성의 명언을 따르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삶에서 자기 자신의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이다”라고 하면서 “그러므로 인문학은 ‘앓는’것이 될 수 있다. 앓고 나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앓는다는 건 단지 고통의 차원이 아니다. 그 앓는 시간을 지나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더 깊고 투명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p.6)라고 했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 크게 네 가지 소중한 순간을 구분해낸다. 사랑이 사유로 반짝이는 순간, 나에게서 낯선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 고독이 명랑해지는 순간, 상처가 이야기로 피어나는 순간. 이 네 가지야 말로 우리가 기꺼이 환대해야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 순간들은 다시 모두 38가지 자잘한 일상으로 나뉜다. 힘들고 지칠 때, 기쁘고 슬플 때 대개 자신만 홀로 그런 과정을 겪는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인간의 역사·종교·철학·문화·예술은 태고적부터 그런 과정을 기록해 왔다.
이 책에는 시·소설·수필 26편, 인문학 저서 63권, 영화 36편, 드라마 9편, 음악 9곡이 잠깐씩 인용되거나 소개되어 있으므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하고, 이별하고, 상처받고, 외로웠던 모든 사적인 순간에 인문학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