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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 경제는 심각한 양극화병을 앓고 있다. 수출 산업은 잘 나가고 있는 반면 내수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나 산업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이나 산업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 결과 우리나라에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고착화돼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 혁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분야별로 격차 현상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산업의 경기가 항상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우산장수는 웃지만 소금장수는 울고, 반대로 해가 나면 우산 장수는 울고 소금장수는 웃게 마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분위 분배율은 10.5배를 기록, 34개 회원국 중 9위였다. 10분위 배율은 최상위 10% 가구의 평균 소득과 하위 10%의 평균소득간의 격차로 숫자가 클수록 소득불평등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보다 불평등도가 심한 국가는 미국, 일본, 멕시코, 칠레 등 8개국에 불과했다.
이 책은 진보 성향의 글을 쓰는 노동전문기자 샘 피지개티가 전세계에서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미국에 ‘중산층 황금기’가 도래했던 1950년대 전후를 조명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다소 과격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한때는 부자들의 권력과 영향력에 맞서 싸웠고 중산층 천국을 실현했다”며 “부를 공유하고 분배할 때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50년대 전후 미국은 ‘중산층 황금기’였다. 미국의 극빈층은 1936년 전체 가정의 68%에 달했지만 1960년에 23%로 줄었다. 1928년 대공황 이전 최상위 1%의 슈퍼리치들은 전체 국민소득의 4분의 1을 소유했지만, 1950년대 이들의 몫은 10분의1로 줄었다.
중산층 황금기는 정부가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기면서 시작됐다. 전쟁과 대공황을 겪으며 여론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이를 제도화시킨 것이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인 중 어느 누구도 세금을 내고 난 후 한 해 2만5000달러 이상의 순소득을 가져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세금 최고구간의 소득세율은 90%를 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좋은 사회가 되려면 가난한 사람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고 부자들의 생활수준은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양식 있는 부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은 부자가 더 이상 국가 경제나 정치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전후 세계를 꾸려나갔는데 이 주역이 바로 부유층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부의 독점이 무너질 리 없다고, 부자들이 쌓아올린 그들만의 제국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부의 독점은 무너지고 부자와 빈자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는 분명히 오고야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부자와 빈자가 함께 잘사는 ‘중산층 황금기’가 언제 우리나라에도 찾아올 수 있을까.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