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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오늘 한국교회를 향하여 교회 바깥 사람들이 불신과 냉소의 눈초리를 보낸다. “교회가 너무 이기적이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더 약삭빠르고 자기중심적이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는커녕 교회 울타리 안에 갇힌 이기적인 종교 집단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돈을 모아서 땅을 사고 교회 건축하는 데 혈안이 되어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교회, 겉으로는 거룩한 체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가정과 교회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교인들, 기복주의화한 신앙과 설교, 타 종교에 대한 교인들의 배타적인 태도, 대형교회와 구멍가게 수준의 교회 간의 양극화, 고도비만에 가까운 교회들은 세습을 당연시하며,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교인들의 무관심과 왜곡된 역사 인식 따위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중첩되어 결국 한국교회는 맛을 내는 소금이 아니라 맛을 잃은 소금 꼴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책 읽고 글 쓰는 일에 몰두하며 인문학 아카데미와 지역문화운동의 디딤돌을 마련하고 있는 인문학자인 저자 김경집이 성경 속 비유적 표현의 숨은 의미를 설명하고 한국의 기독교 사회에 던지는 제언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현실이다.”라고 하면서 그 원인을 “근본주의와 교조주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 지나치게 성직자 중심적인 교회, 여전한 서구 중심주의적 사고”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예수가 금지한 것을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자들이 변해야 교회도, 사회도 변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적을 목격하거나 전해 들었을 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일이 내게도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복음서는 예수의 기적을 곳곳에 담고 있는데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통해서 배워야 하는 것은 예수의 능력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마리아와 예수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아야 한다.
저자는 “흔히 가난 구제는 나라도 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하물며 나 혼자 마음으로 그걸 할 수는 없다. 함께 모인 공동체도 감히 그걸 할 수 없다고 체념한다. 그러나 마음까지 그렇게 닫아둬서는 안 될 일이다. 적어도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일이 있다면 그건 삼가고 꺼릴 수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나라도 구제할 수 없는 가난을 교회가 구제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 마음을 공유하고 실천하려 하는게 진정한 믿음이다.”(p.106)라고 말한다.
세상 한복판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아픔과 희망을 나누며 현실의 모순을 뜨겁게 질타했던 예수의 삶에 비추어볼 때, 한국교회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직무 유기죄를 범했다. 예배와 전도와 교회 성장에는 열심을 냈지만, 이 열심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봉사를 외면한 왜곡된 열심인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서 마르틴 루터가 말한 “성경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헤아리고 이해하며 실천하는 삶을 사는데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