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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여대생을 살해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조명훈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연수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은 “음란물을 즐겨보는 성범죄자들은 더 큰 자극을 원하다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른다”며 “이처럼 상대방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모습은 사이코패스들의 전형적인 행동이다”고 분석했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평소에는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하여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캠브리지대학의 세인트 에드먼즈 칼리지에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며,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에 기고하면서, 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있는 저자 케빈 더튼이 수십 명의 사이코패스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최신 뇌 스캔 기술과 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스의 다양한 측면을 소개하면서 뛰어난 외과의사와 연쇄살인범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음침한 보호시설에 수감된 사이코패스들과 어울렸고, 간단한 실험을 통해 스스로 실제 ‘사이코패스’가 되어 보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다소 섬뜩한 주장을 펼친다.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즉각 연쇄살인범, 강간범, 세상과 단절돼 살아가는 사람을 연상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모두 연쇄살인마와 같은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번뜩이는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 그리고 내재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를 보여 주면서 이런 이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 라고 따로 분류한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무자비함, 매력, 집중력, 강인한 정신, 겁 없음, 현실 직시, 실행력 등 7가지 특징을 밝혀냈다. 이는 기능적 사이코패스들에게 있는 공통적인 특징으로 이런 성향은 하나같이 현대사회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다.
저자는 “이런 특징은 정치가나 세계적인 지도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성향”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명상을 통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수도승이나 실제 상황에서 오히려 심장 박동 수가 더 떨어지는 폭탄해체 전문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며 수술을 진행하는 외과의사도 사이코패스와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겁이 없고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환영받고 있는 현실을 소개하면서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의 용감함, 솔직함, 정신적 강인함을 잘 활용한다면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이코패스 속성은 적절하게 활용될 수만 있다면,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매우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악마 그리고 야심찬 젊은 변호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이코패스 성향은 또한 때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p.13)고 말했다.
매우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의 참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