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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들 가슴 속에 깊이 박힌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 몇 번이나 낙선하면서도 지역주의를 없애겠다며 부산을 지역구로 삼았던 모습, 정치인이면서도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본 지지자들은 그에게 ‘바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에게 ‘바보’라고 하면 싫어하며 화를 낸다. 하지만 그는 ‘바보’란 별명을 좋아했다. ‘바보’란 별명을 좋아한 ‘바보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인 단면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진행자 중 한 사람인 이동형 작가가 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화마을에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변호사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 인권변호사로 전환하면서 대통령이 되고 이루고자 했던 신념에 관한 이야기 등 서거까지의 일화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재발견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공’과 ‘과’의 평가가 아닌 ‘인간 노무현’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전문가의 눈이 아닌, 참여정부의 공과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사람 노무현’을 써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노무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배제하고 철저히 대중의 눈으로 ‘사람 노무현’을 바라보고 있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노무현은 ‘정의’와 ‘원칙’이라는 신념으로 ‘사람 사는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일평생을 받쳤다. 저자는 그 신념이 제일 잘 반영된 일화를 이 책의 첫머리에 기록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이틀 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장. 노무현은 대국민 사과를 요구받고 있었다. 당장 내일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사과를 하고 여론을 무마시켜 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은 “내게 잘못이 있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언제든지 사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 사과하고 넘어가자, 그래서 탄핵만 모면하자, 이렇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에게는 원칙이 있고, 각기 책임을 질 사람이 져야 한다. 대통령이 시끄럽다고 무조건 원칙에 없는 일을 해서 적당하게 얼버무려 넘어가고 호도하는 것은 좋은 정치가 아니다.”(p.23) 고 하면서 사과를 거부했다. 특유의 원칙론을 내세운 것이다. 일견 융통성이 없고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권모술수와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이런 노무현의 원칙론은 마지막에 빛을 발했다.
이 책에서는 ‘5공 청문회 스타’로 유명세를 탔지만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고, 3당 합당에 반대해 변방 정치인으로 전락했고, 지역주의를 타파하려는 일념으로 쉽게 당선할 수 있는 지역구를 벗어나 여러 번 낙방했던 일화 등을 소개한다. 권모술수와 이해타산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런 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어 ‘노사모’란 지지층이 생겨나고 결국 모두의 예상을 깨고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되고 또 대선에서 승리한다. 그 후에도 부엉이 바위에 올라설 때 까지 그는 홀로 힘들게 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4년이 되었다. 아직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를 조롱하는 이들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정치인이기에 그가 쌓은 공적도 있고 저지른 과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 노무현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가치를 오롯이 되짚어 보고자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