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 - 전쟁같은 삶을 받아낸 천 개의 시선
신동준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0.7%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0년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됐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화 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중국이 최고의 나라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정치적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나라였다. 中國이라는 글자에서 中자도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고 세계를 이끌어 나가는 나라임을 나라이름에서조차 알 수 있다.
초한지는 열국지, 삼국지, 수호지와 나란히 아시아 국가권의 나라에서는 큰 인기가 있는 책이다. 초한지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장기판이다. 우리가 평상시에 많이 하는 장기 또한 한나라와 초나라간의 싸움을 본떠서 만든 놀이라고 한다. 초록색의 초나라 붉은색의 한나라가 장기판 아래에서 대립하는 것을 생각하면 온갖 병법과 술수가 난무하는 하나의 세상을 그릴 수 있다. 아마도 역사적 사실을 장기판을 통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항우가 계속 유리한 형세를 띠다가도 외통수에 막혀서 유방에게 패한 것을 보면 장기의 재미를 알 수 있듯이 초한지를 읽는 내내 그러한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전연구가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장이 동아시아 3국의 학자들에 의해 새롭게 밝혀진 연구 성과를 토대로 ‘초한지’ 군웅들의 행보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테면 한신을 부각한 이중텐의 ‘한대풍운인물’, 항우에 초점을 맞춘 왕리췬의 ‘독사기지항우’, 항우 리더십을 재조명한 사타케 야스히코의 ‘유방, 사기 연구의 대가인 한자오치의 ‘사기신독’ 등을 고르게 인용하고 있다.
초한지는 한나라의 태조인 유방의 한나라 건립과정을 이야기 하고 항우와 유방의 두 영웅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역사는 항상 승리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 되듯이 초한지 또한 한나라의 태조인 유방에게 유리하게 전개해 놓은 소설이다.
항우와 유방이 세기의 대결을 펼친 초한시대는 겨우 7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지만 여러 군웅이 항우와 유방을 사이에 두고 이합집산을 거듭한 까닭에 그 내용만큼은 매우 복잡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초한시대를 가장 상세히 기록해놓은 『사기』를 비롯해 『초한춘추』, 『한서』, 『자치통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월月 단위로 분석하지 않으면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길이 없다. 이는 1백 년 이상 지속된 춘추전국시대 및 삼국시대와 달리 초한시대만이 지닌 특징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항우와 유방의 리더십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초나라 항우가 해하에서 패해 바야흐로 죽게 되었는데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다고 했으니 이는 믿을 만한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내가 대답하기를, ‘한왕은 군신群臣들의 책략을 다 썼고, 군신들의 책략은 군중들의 역량을 다 쓰게 했다. 그러나 초왕은 군신들의 책략을 꺼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다 썼다. 다른 사람의 힘을 다 쓰게 하는 사람은 승리하고,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다 쓰는 사람은 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하늘이 이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갖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유방과 항우, 한신을 비롯해 초한시대에 활약한 영웅들의 지혜를 배운다는 것은 유익할 것이다. 이들의 위기 대처 방략 및 다양한 유형의 지략은 수천 년이 지난 21세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