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자유의지는 흔히 종교의 영역에서 논쟁적인 주제였다. 기독교는 세상에 만연한 악에 대해 그것은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의 결과라고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졌기에 악행이든 선행이든 자율적으로 선택한다고 가르친다.

 

내가 오래전에 읽은 C.S루이스의 책 ‘순전한 기독교’에 보면 “하나님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를 창조하셨다. 그것은 피조물이 옳게 행동할 수도 있지만 그르게 행동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롭지만 그릇될 가능성은 없는 존재를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그러한 존재를 상상할 수 없다. 악이 가능한 것은 바로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을까? 그것은 자유의지 때문에 악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기는 해도 사랑이나 선함이나 기쁨 같은 것들을 가치 있게 하는 것도 자유의지뿐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논객이자, 신경과학자이며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 샘 해리스 박사가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대니얼 데닛과 함께 종교적 도그마와 지적 설계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다. 커피를 마실지, 차를 마실지, 버스를 탈지, 지하철을 탈지 자신의 사고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은 그저 환상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의지 혹은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이른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 일관된 믿음을 한번 곰곰이 따져보자. 과연 진실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의지는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고와 의도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배경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 우리는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미국의 신경생리학자 리벳은 피부에 가해진 접촉 자극과 그 접촉 자극이 느껴지는 순간에 버튼을 누르는 실험에서, 사람은 손가락으로 버튼을 움직이기로 결정하기 0.5초 전에 이미 사람의 두뇌는 그 운동을 하는데 필요한 전기 신호를 만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최근에는 뇌피질에서 직접 녹화한 정보로 피험자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 700msec 전에 뇌피질에서 단 256개의 뉴런의 활동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피험자의 결정을 8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 뇌는 매 순간 처리하는 정보의 아주 작은 부분만 인식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스스로 내린 판단을 인식하기도 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활동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지 이미 결정해놓았다는 분석이다.

 

이 책은 “우리 모두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것과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 원천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p.13)라는 두 가지 명제를 모두 부정한다.

 

이 책을 통해서 펼치는 저자의 논리는 짧지만 아주 명쾌하고, 단순하며, 논리정연하다. 얇은 소책자로도 얼마든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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