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마광수 소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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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교수는 오래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었다. 그의 긴 약력이 보여주는 것은 마광수의 글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모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92년 10월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전격 구속되어 두 달 동안 수감생활을 한 후 95년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어 연세대에서 해직되고 98년 복직됐다. 하지만 2000년 재임용탈락의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연세대학교 교수로 있다. <구속>, <해직>, <필화사건> 등의 말이 등장하는 마광수의 이력은 극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광수의 소설은 무조건 야하다는 편견이 있다. 혹자는 외설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가 소설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이 책은 어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불안한 청춘 시절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성(性)문학 작가로 통하는 마 교수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섹스에 대한 낙관적 찬양은 이 소설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책을 읽는 독자는 은근히 좀 야한 듯한 내용을 기대할는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살다가 보면 먼 수평선 너머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가 지나온, 혹은 지나가고 있는 이 청춘 시절이 가장 빛나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준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자살’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스스로 죽은 자를 위한 시 ‘자살자를 위하여’를 썼다.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하는 이를 비웃지 말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말라.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말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말라. 바람이 부는 것은 바람이 불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은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는 것은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 먹히려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말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말라.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그는 가장 자비로운 자 스스로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 자.’

 

이 책에서 작가는 “대학 시절에 나는 세 명의 여자와 연애를 했는데, 끝은 대개가 ‘눈물’뿐이었다.”고 회고 하면서 “내가 여자한테 이별 당하였을 때도 물론 울었지만, 내가 여자를 떼어버렸을 때도 울었다. ‘사랑’이란 것이 너무나 정체불명의 감정이요, 허무한 신기루같이 생각되었고, 당시로서는 그것이 곧 절망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내용 일부분은 나의 지나온 일상이랄 수도 있다. 작가의 수줍은 고백을 통해 우리 인간의 삶 속에서 ‘청춘’이라는 한 시절의 소중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젊음’은 지나가버린 후에야 그 소중함을 알 수 있는 반면, 그 속에 있을 때는 청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기 마련이다. 젊음은 불안을 잉태하지만, 그 불안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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