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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 채소값부터 노후연금까지,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16가지
랑셴핑 지음, 차혜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제, 60년 만에 찾아왔던 '흑룡의 해' 2012년 임진년이 저물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2013년 계사년 '뱀 해'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한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소망의 싹을 틔워야 할 시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 살기 힘들다. 내년에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경제가 나아지면 좋겠다.” “전통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경기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온 가족이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한다.” “버스요금 등 물가가 오르지 않기를 희망한다.” “새 대통령이 좋은 나라 만들어 주길 당부한다.” 모두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사실은 개인과 가정의 행복한 삶, 국가의 안녕과 복된 내일을 위한 간절하고 중차대한 소원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가장 유력한 차기 노벨경제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며, 현 시기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경제학자로 꼽히며, 홍콩중원대 석좌교수인 저자 랑셴핑이 GDP 성장에 의존한 경제 정책이 도리어 실물경제의 주체인 국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음을 밝힌다. 이에 기존의 경제 정책이 사실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물가, 세금정책, 금리, 집값, 교육 등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16가지 문제점을 짚어낸다. 저자는 서민들의 윤택한 삶 없이는 결국 국가도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연 그 해법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과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꼬집는다. 특히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을 집중 분석하며 국가 정책이 서민들을 오히려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국가의 부가 개인의 부로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딜레마를 짚어낸다. 중국의 대형 독점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과 차이나모바일, 두 곳의 영업이익이 민영기업 500곳의 이익보다 많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석유 중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은 3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가격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올랐다. 중국인들이 고유가로 고통받는 동안 중국석유천연가스의 시장가치는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투자 효용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제동을 걸면서 정부가 그간 야심차게 추진하는 고속철도 확장도 오히려 서민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었다. 40일의 춘제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운송하는 여객 수는 연인원 29억명에 달한다. 그중 철도를 이용하는 수는 2억5000만명이다. 이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지 노동자들에게 값비싼 고속철은 그림의 떡이다.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일반 열차의 증편이지만 늘어나는 건 고속철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산 증식이라는 기능을 잃어가는 중국 증시의 문제점도 짚어준다. 2010년 중국 증시의 상승폭은 세계 꼴찌에서 세 번째였지만 기업공개로 모집한 자금량은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증권회사, 기관투자가, 상장회사 대주주들이 상장을 통해 소위 ‘먹튀’를 할 때 일반 투자자들의 손에는 쓰레기 주식만 남아 있었다.
이제 사흘 뒤면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 중 한 사람은 흑룡이 물어다 준 대망의 여의주를 품은 채 국민 앞에서 새 희망과 새 시대를 노래할 것이다. 누가 당선되든지 경제 민주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 복지 등 공약을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고 차근차근 잘 실현해 서민들의 각종 새해 소망을 이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