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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철학 -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
크리스토퍼 해밀턴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2013년 10대 트렌드 키워드 중에 ‘거품 청년’이 있다. 거품청년은 40대 중반부터 60대까지의 남자들을 말한다. 겉으로 건강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체력이나 심리적인 측면 모두에서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 생리적으로 늙어 가는데 대한 두려움, 은퇴 후에도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거품 청년’은 중년을 일컫는 말이다. 중년은 지혜와 지식이 정점에 도달하는 동시에 신체 기능의 붕괴가 시작되는 시기다. 청춘에 대한 그리움, 계획했던 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 후회, 외로움, 자아 상실감 등 중년에 갖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대부분 어둡고 비판적이다. 때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세상에 대한 불신과 극단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 중년이 되면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결국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런던 킹스칼리지의 종교철학과 교수인 크리스토퍼 해밀턴이 철학가의 시선으로 중년이 가진 의미를 분석하고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서른 여덟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어머니가 초등학교 시절 스승이었던 사내와 불륜을 저질러 태어난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찾아온 중년의 위기를 발판 삼아 정체성과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탐구한 결과 모든 인생에는 괴로움이 있다는 해답을 얻었다.
이 책에는 ‘청춘의 끝자락에 선 당신을 위한 철학 카운슬링’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이 책은 중년이라는 시기에 나타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중년들이 자신처럼 내면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향수, 후회, 죄의식, 외로움, 권태, 두려움 등 다수의 중년들이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감정들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곳곳에 중년들이 자신의 인생을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철학적 장치가 들어 있다. 영국의 작가 서머싯 몸은 ‘인생이 신기루였다는 인식을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고 했으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인간의 육체는 영혼을 그린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니체는 ‘중년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으며, 조지프 콘래드는 ‘오만함은 젊은이의 특권’이라고 했으며, 조지 오웰은 ‘누구나 중년이 되면 자기에게 어울리는 얼굴을 갖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책은 중년이 된 당신이 어떤 얼굴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애초부터 중년이란 지혜가 동반되는 시기다. 젊은 날에 가졌던 자만심을 어느 정도 멀리할 줄 알게 되면서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긴다. 또 자신의 부족하고 어리석은 부분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지기도 한다. 중년에게 찾아온 즐거움을 반갑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중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제2의 성장통을 통찰력 있고 직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저자 특유의 냉철하고 세련된 문체와 깊이 있고 날카로운 사색, 그리고 수많은 철학가들의 저서에서 찾아낸 중년에 대한 고찰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가지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