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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 제왕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정치학 교과서
왕굉빈 해설, 황효순 편역 / 베이직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제왕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정치학 교과서로 불리는 <한비자>는 중국의 역대 군주들이 현실정치에 활용한 통치술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법가사상의 원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책이다.
전쟁의 시대를 살았던 한비는 냉혹한 현실정치론을 폈고, 법가사상의 3대 요체인 세(勢), 법(法), 술(術)을 종합해 군주의 통치이론을 만들었다. 그는 인간을 욕망의 충족을 목표로 투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규정하며 절대군주의 법에 의한 지배가 사회질서를 가져온다는 지배계급의 사상을 설파했다.
이 책은 역사문화학원 원장, 하북성역사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하북사범대학교 역사사문화학원 교수로 대학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왕광빈 교수가 한비가 활동했던 시기의 상황과 법가사상을 개괄하고 역대의 황제들과 정치지도자들이 어떻게 실제 통치에 적용했는지를 역사적 사실과 결합시켜 살피고 있다.
‘한비자’를 흔히 동양의 ‘군주론’ 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한비자]를 지은 한비를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부르며, 군주의 권력유지를 위한 법치 리더십의 창시자로 본다. 그러나 법가는 한비가 ‘한비자’라는 책을 저술하기 이전에도 원래 세 갈래의 학파로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상앙이 백성들의 사익추구를 막고 나라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법(法)을 강조한 것과, 신하들이 내세우는 이론과 비판을 그들의 행동과 일치시키는 신불해의 술(術), 그리고 군주만이 가지는 유일한 권세를 내세운 신도의 세(勢)가 바로 그것이다. 한비는 이 세가지가 다 갖추어져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따라서 법은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 즉 제왕의 도구로 생각했다. 이후 법가는 역대 군주들이 현실정치에 활용한 통치술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실제로 ‘한비자’는 중국의 역대 군주들이 현실정치에 활용한 통치술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왔다. 조조가 “난세에는 형벌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했거나 왕맹이 “안정된 국가는 예로 통치하고, 혼란한 국가는 법으로 통치한다”고 밝힌 것이다. 포증이 “죄를 지은자는 마땅히 벌한다”는 철학으로 통치한 것도 한비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 진시황제의 경우 우연히 그의 책을 읽고서 “과인은 이 사람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여한이 없도다!”라고 경탄했다고 한다. 비록 친구인 이사의 모함으로 진시황의 곁에서 총애를 받지 못하고 사약을 받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한비’라는 인재를 얻기 위해 진시황이 한나라와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그의 저서가 후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비자의 사상은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 제국을 요구하는 사회정세의 반영이었다. 실제로 그의 사후 12년에 통일을 이룩한 진(秦)의 지배는 그의 사상이 구체화된 형태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이 시대도 한비가 주장했던 법치가 오히려 필요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군주는 무엇보다도 법을 분명하게 밝히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던 한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난무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