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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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단의 발달로, 기계의 발명으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또한 재화를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다. 며칠 동안 걸어가야 했던 거리를 자동차로 단 몇 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고, 몇 개월 걸려서 만들어야 했던 제품을 순식간에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30년 넘게 영성과 시 분야에서 강의를 한 철학자이자 시인인 저자 마크 네포가 암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후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우리가 놓친 것,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에세이다. 비록 그는 암을 앓으면서 큰 고통을 받았지만, 병을 이겨내면서 그의 영혼은 활짝 깨어났고 마음을 챙기는 놀라운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지혜와 통찰, 순간의 골수는 물론 시간의 뼈대까지 빨아들이는 뜨거운 열정을 가르쳐준다.

 

이 책에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365일 날짜별로 하루 한 쪽 분량의 토막글이 실여있다.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이동 중이나 아침저녁으로 자기만의 재충전 시간에 읽으며 힐링을 받을 수 있다. 매일매일 차례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서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필요한 인생의 지혜는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에 귀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일상의 기술’에서 경험담을 털어 놓는다.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는 300마일이나 달려 그녀를 만나러 갔다. 아흔넷의 그녀는 여덟 달 가까이 병실에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첫째 손자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무척 행복해했다. 우리는 안부를 주고받고 나서 침대 가장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드디어 할머니가 투덜거렸다. 날씨가 너무 우중충하다고” 하면서 “그 순간 나는 하나뿐인 병실 창문을 일 년 가까이 한 번도 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말씀드리자 할머니는 아흔넷의 노인이나 낼 수 있는 소리로 낄낄 웃다가 러시아인 같은 말투로 말씀하셨다. ‘눈이 침침하면 세상도 그렇게 보여.’ 지저분한 창문 때문에 우울한 기분에 젖어들거나 화창한 세상을 우중충한 곳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한낮의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창문을 닦는 일이 마음 닦는 일이다.”(p.204)고 했다.

 

저자는 이 책의 ‘느리게느리게’에서 “몸이 불편할 때는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식당에서 계산을 기다리거나 여행 중에 지체될 때는 마음을 열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주 중요하고 야심찬 일에 빠져 아무것도 못할 때는 첫 순간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모두들 너무 분주하게 살아간다. 자신이 원하는 지점을 향해 너무 빠르게 질주한다. 그래서 병을 얻거나 파산을 해야만 마지못해 삶의 속도를 늦춘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참으로 우스운 존재다. 아주 먼 곳에서 인간을 보면 반복해서 무언가에 충돌하는 곤충 집단처럼 보일 것이다. 단호히 장애물을 들이받는 작은 존재들, 작은 머리와 몸뚱어리를 흔들어대면서 장애물을 향해 계속해서 돌진하는 존재들”(p.66)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매일 하나씩 읽을 때마다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번 읽으면 다시 읽고 싶고, 손에서 놓기가 싫어진다. 이 책은 책장에 꽂아두는 책이 아니라 항상 손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하루에 하나씩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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