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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 - 시대가 만든 운명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시대적 상황, 연구 및 저술활동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역사전’, ‘경세유표’, ‘목민심서’ 등 책들과 다산이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통해서 개혁사상가로서의 다산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다산 정약용 이름 석 자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읽지도 못할 양의 책을 ‘저술’한 천재,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거중기와 수원성 등을 만든 실학자, 과학자, 천주교, 귀양, 민주주의의 선구자, 개혁가 등. 현실 정치에는 발을 딛지 못하고 변방을 맴돈 학자에 대해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개혁군주로 이름을 떨친 정조와 비교해보아도 정약용이라는 이름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결코 적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조보다도 다산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무엇이 18년간 귀양살이를 전전한 학자를 이토록 친숙하게 만들었는가? 그것은 다산이 학문과 사상을 당대의 현실에 맞게 분석하고 집대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정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야사와 어울려 흥미로운 우리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밝혀내어 역사 연구의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으로 있는 저자 이덕일 박사가 사료에 대한 철저하고 세심한 고증은 물론, 대중과의 호흡을 통해 역사 집필가로서의 신념과 문체를 묵묵히 지켜오면서 7년 만에 재출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열한 살 때 부친 사도세자가 노론 벽파에 의해 비참하게 죽는 모습을 목도한 정조는 반란과 암살의 위협 속에서도 초계문신제도 신설, 규장각 설치 등을 통해 신진세력을 양성하며 사회경제적 개혁과 문예부흥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조심스레 관철해나갔다.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용상에서 그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은 바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같은 새로운 사상과 지식으로 무장한 청년들이었다.”(p.58)고 말한다.
저자는 “다산은 인생에서는 실패하고 역사에서는 성공한 불행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모두 불쌍한 최후를 맞이했다. 정약종은 정조가 죽자마자 정권을 장악한 노론 벽파에 의해 사형당했고, 정약전은 유배 16년 만에 유배지 우의도에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진정한 지도자였던 정조와 임금의 뜻을 받들어 깨끗하고 공정한 정치를 폈던 정약용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정적들 틈에서 학자군주의 모습으로 한계를 뛰어넘어 철인이 된 정조, 부패와 음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학문과 행동을 통일시켰던 정치인이자 학자인 정약용, 이들이 있었기에 한국의 뿌리는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뒷표지엔 질문이 하나 있다.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 하고 묻고 있다.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우리 시대도 똑같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