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방의 법칙 - 사회는 모방이며 모방은 일종의 몽유 상태다
가브리엘 타르드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삶의 모습들을 예술이라는 창조 영역의 바탕으로 활용하라는 의미이기는 하지만 좌우간 모방은 창조력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작품이나 예능을 끊임없이 연마하다보면 나만의 기량이 쌓이게 된다. 타인의 아이디어를 참고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인류문명도 타인의 아이디어에서 진화된 것이다. 모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연결되면 그게 바로 또 하나의 창조적 작품이 되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처럼 결국 순수한 창조는 존재하지 않으며,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창조되는 것들은 동서고금에 이미 창조된 것들을 참고해서 진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의 거두이자 에밀 뒤르켐과 경쟁관계에 있던 가브리엘 타르드가 모방을 다만 창조의 어머니라는 식상한 표현으로 설명하지 않고, 다층적이고 광범위한 사회학적 틀 안에서 바라본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1세기 전의 철학자가 제시한 이론임에도 모방에 대한 오늘날의 시각보다 훨씬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방하는 존재다. 다시 말해 사회 안의 일부에서만 모방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모방이 사회를 형성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로 인해 예술, 문학 등에서의 창조적 모방뿐만 아니라 국가, 종교, 도덕, 관습, 언어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연속적인 역사적 흐름마저도, 심지어는 생물의 진화, 유전자의 변이와 같은 물리적인 형성마저도 모방의 법칙에 지배당한다.
저자는 모방의 원리를 이끄는 인간의 두 가지 심리적 계기를 ‘믿음’과 ‘욕망’으로 파악한다. 이는 곧 모방의 사회적 중요성이 증대되는 원인이 된다. 일례로 독재자를 모방하려는 심리의 기저에는 우상을 향한 믿음과 욕망이 깔려 있다. 여기에 여론과 이성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중 하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모든 발명과 발견은, 외부로부터의 본질적으로 빈약한 몇몇 기여를 제외하면 이전의 모방을 요소로 하는 복합체다. 그리고 이 복합체는 자신이 모방되어 더 복잡한 새로운 복합체의 요소가 되는 운명에 처해 있다.”(p.84) 고 말한다.
또한 “모방의 최고 법칙은 무한한 진전의 경향인 것 같다. 이러한 종류의 내재적이며 광대한 야심은 우주의 혼이다. 그 야심은 물리적으로는 빛에 의한 공간의 정복으로 표현되고, 생물적으로는 자신의 표본으로 지구 전체를 뒤덮으려고 하는 모든 종의 의도로 표현된다. 이러한 야심으로 말미암아, 가장 무의미한 개인적인 혁신을 포함해 아무리 하찮은 발견이나 발명이더라도, 각각의 발견이나 발명은 무한히 커진 사회 영역 전체로 퍼지게 된다.”(p.453)고 말했다.
모방과 창조성의 연관관계를 표면적인 의미에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차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