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이란 무엇인가 - 루소·퇴계·공자·융에게 교육의 길을 묻다
한석훈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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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다. “왕과 스승과 아버지를 같이 섬긴다” 라는 말이다. 또 공자께서는 스승과 같이 길을 걸으면서도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승에 대해 존경심의 표현과 어려워 한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말이 무색할 만큼 교사의 위신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그림자가 아니라 선생 자체를 밟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 많은 학생들이 새벽까지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느라고 정작 학교에 가서는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현실이다. 학교는 입시에 필요한 과목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약삭빠른 아이에게는 학교 교육의 상당부분이 필요 없는 것처럼 비춰지고 그 시간에 버릇없이 엎드려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것이다.

 

그래서 ‘잠든 학교’ 혹은 ‘잠자는 학교’라는 말까지 나왔다. 과도한 경쟁주의 체제에서 학생들은 길을 잃었고, 교사들은 상처를 입었다. 학교는 잠들었고, 교권은 추락했으며, 선생들은 좌절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려면 혁신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정책으로는 일시적인 효과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을 역임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희대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국내 여려 대학에서 교육학 및 교육철학 과목 강사로 출강하면서 열악한 시간강사의 처지를 비관하기는커녕, 하루하루 자신을 온전히 수업에 바치는 것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기며 행복한 시간강사로 살아가고 있는 한석훈 박사가 ‘오로지 경쟁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현 사회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체제를 바꾸고 공교육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도, 이에 가장 적격인 사람도 바로 선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급진적이고 빠른 변화보다는, 느리지만 그만큼 확실한 혁명의 주인공으로서 선생이 해야 할 역할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학생들의 자기실현을 이끄는 존재가 되기 위해 선생으로서 성찰하고 갖춰야 할 것, 단순한 교수법이나 강의법을 넘어 ‘선생으로서의 자기성찰’에 대해 말한다. 이를 위해 서양의 몬테소리, 프뢰벨, 코메니우스, 페스탈로치, 루소를 비롯해 동양의 공자와 퇴계, 노자의 교육철학과 사상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육의 참목적을 ‘학생들의 영혼의 성숙을 돕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선생이 먼저 자신의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는 “선생은 자신의 일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어차피 선생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고 하면서 “선생이 학교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자기실현을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얼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생의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재능을 발휘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꽃피운다는 것이다.”(p.110)고 말한다.

 

이 책은 “선생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말 한 대로 교사 지망생과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들에게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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