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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지옥에 가다
이서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오래 전 봉은사 승려 등이 연루된 수십억대 초대형 도박판 사건 등으로 사회문제화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금년에도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 고위급 승려들이 전남 장성군 백양사 인근 호텔 스위트룸에서 수억원대의 포커도박판을 벌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 돈이 다 어디서 왔을까? 혹 시주금 빼돌린 것이라면 횡령일텐데...? 포커에 아주 익숙한 동작이라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2012년 부처님 오신날 이미지 먹칠이다. 이는 불교 승려, 즉 성직자 타락상의 한 단면이다.
불자만이 아니라 국민들과 시민들이 죄다 조롱한다. 고행, 은거, 탈속, 청빈의 상징인 불교 승려와 돈, 호텔, 주초, 포커 등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이래서야 불자들이 말하는 극락에 갈 수가 있겠는가?
나는 얼마전에 질베르 세스브롱이 쓴 <성인 지옥에 가다>라는 불란서 노동사제 이야기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님, 지옥에 가다>라는 책을 읽었다. 승려들의 타락에 경고하는 책인가 싶어 읽었다.
이 책은 뉴시스통신과 CBS방송에서 기자생활을 했으며, 일본 도치기현 우츠노미야에서 국제분쟁 및 인질석방 관련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이서규가 한 사찰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그로 인해 파멸해가는 인간의 심리를 낱낱이 파헤친 소설이다. 지적 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지식소설을 표방한다.
저자의 첫 장편소설 <악마의 동전>은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탈취당한 금괴와 은전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추악한 욕망과 열등감이 낳은 악과 배신의 문제를 다루었다.
저자의 이번 소설도 읽을수록 깊이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의 후기에서 “새삼스럽게 옛이야기를 꺼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우리 이웃들의 분노를 달래 주고 싶어서다. 내 뜻대로 세상사가 풀리지 않는다며 멀쩡한 문화재에 불을 지르고, 남의 행복이 밉다고 지하철에 방화를 하는 세상이 왔다.”고 하면서 “누구든 이 글을 읽고 불에 덴 듯 쓰라린 마음의 상처를 다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고 말한다.
저자는 “불가의 지옥은 팔열팔한지옥(八熱八寒地獄) 즉, 여덟 개의 불지옥과 여덟 개의 얼음 지옥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인간이 지옥에 떨어지는 기본 조건은 살인, 도둑질, 거짓말, 음행 그리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걷 표지에 기록된 것처럼 “주검으로 나타나는 깊은 산사의 승려들… 그때마다 그려지는 지옥도! “묘한 조화로다. 구린내 나는 똥덩어리랑 달큼한 여인네 향기가 어울리니 여기가 극락인가, 아니면 지옥인가?” 불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이 쓴 책이지만 흥미를 일으킨다.
세속의 인간을 치유해야 할 성직자들이 계율을 팽개치고 술·담배를 하며 출처가 의심스러운 수억원의 판돈으로 밤샘노름에 빠져 세인의 비웃음을 사는 승려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