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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ㅣ 가연 컬처클래식 6
황라현 지음, 김기덕 / 가연 / 2012년 9월
평점 :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를 보았다. ‘피에타’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칸, 베니스 중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계에 놀라운 소식이었다.
‘피에타’는 돈 중심의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사라지고, 불신과 증오로 파멸을 향해 추락하는 우리의 잔인한 자화상에 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안고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을 묘사한 미술양식을 통칭하는 것이다. 여기에 드러난 성모 마리아의 감정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수없이 겪는 상실의 고통에 은유 되어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적인 공감의 대상이 되었으며, 미켈란젤로, 들라크루아, 고흐 등 세기의 예술가에 의해 재탄생 되어 왔다.
고리대금업자를 대신해서 청계천 골목에 가까스로 살고 있는 채무자들에게 신체포기각서를 내세워 보험금을 타내는 강도(이정진)는 ‘무자비’하게 자기 일을 해나간다. 그런 강도 앞에 갑자기 자기를 ‘엄마’(조민수)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때리고 내쫓고 학대하지만 그녀는 자기를 용서하고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한다. 강도가 ‘엄마’를 받아들일 때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버린다. 자기가 괴롭힌 채무자들 중의 누군가가 ‘엄마’를 납치했을 것이라고 믿은 강도는 자신의 채무자들을 찾아다니며 ‘자비’를 호소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사채 청부업자 강도와 그를 찾아온 엄마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소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자본주의 세계를 말하면서 돈이라는 거대한 울타리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현대사회 안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전락하는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가짜’ 엄마가 나타나서 강도의 ‘엄마’라는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그것이 모두 채워졌을 때 존재하지 않았던 ‘엄마’의 자리가 다시 원래의 빈자리가 되자 강도는 비로소 이 공백의 실존을 긍정한다. 물론 그 긍정은 자기의 ‘존재한 적이 없는’ 일부를 잘라내는 고통이다.
‘피에타’는 인간 사회의 본질을 들춰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자본주의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존재의 구원 가능성을 묻는다. 영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고독한 싸움 끝에서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상처까지 모두 치유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피에타’의 특징은 주인공들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쁜 남자>에서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말은 <비몽>에 이르면서 무의미한 것이 되어갔다. 하지만 <피에타>는 갑자기 되돌아와 우리 모두에게 말을 한다. 세상 속으로의 혀의 활동. 말이 아니라면 어떻게 상대방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극단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이 상처받은 분들에게 치유 약이 되리라 믿고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