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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에서 가장 성격이 급한 민족을 꼽으라면 대한민국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빨리빨리’ 덕분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고, 배달음식, 반나절 택배의 편리함도 맛볼 수 있었지만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빨리빨리’의 문화는 개화기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을 다녀간 서양인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조선 사람들은 행동이 느릿느릿하고 게으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닫힘 버튼부터 누르고, 신호등의 신호가 바뀐 후 잠깐만 머뭇거리면 뒷차가 경적을 울린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기도 전에 도로로 발을 내딛고, 인터넷 창을 열때 화면 로딩 시간이 조금만 느려도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 너무도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다.
한국인들은 한국전쟁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이처럼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버렸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근성, 남보다 먼저 많은 것을 이뤄내려는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대표 아이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려는 습관으로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조급증을 나타낸다.
이 책은 중앙대학교에서 문학을 공부한 후, 인도와 티베트를 비롯해 여러 나라를 여행한 뒤 온전히 글 쓰는 삶으로 들어선 정희재씨가 지금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그 무엇을 사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할 수 있어”, “빨리 더 빨리!”라고 외치며 나를 다그치는 세상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행복해지기는커녕 피로와 좌절, 우울감만 쌓여 가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권리 30가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 저자는 열심히 노력할수록 더 피로하게 사는 우리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는 내 자신의 가치와 신념이 아닌 사회가 강요하는 트렌드나 경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인생을 버틸 수 있는 여유와 창의력을 길러 준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세상이 온통 스마트해지길 권하고, 반드시 소유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늘어가는 요즘이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시대의 유행을 좇아가지 않으면 뒤처지고 낙오될 것처럼 위협하는 세상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소신이 없다면 늘 불안, 초조, 불만족에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권리들을 읽다가 보면 평소 내가 무엇에 짓눌리며 살아왔는지 드러나며, 쉴 새 없이 노력과 분발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위축되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현재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 아닐까?
이 책은 각장의 내용이 끝날 때 마다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수록하여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나쁘지 않아, 이거면 됐어>편에 나와 있는 굴뚝새와 곤줄박이의 대화가 흥미롭다. “어떤 일도 좋기만 한 일이 없고, 어떤 일도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이 말은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세상에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