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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 사이의 딜레마
박상표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7월
평점 :
신종플루는 2009년 3월 멕시코에서 처음 발생하기 시작해 세계적으로 약 1만8000명의 사망자를 기록했었다.
돼지에서 기원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감염된 환자의 호흡기로부터 기침, 재채기 등에 의해 외부로 방출된 바이러스 입자가 분무 또는 도말 형태로 감수성이 있는 다른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며, 호흡기 분비물 외에도, 설사와 같은 다른 체액에 의한 전파도 감염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축산업 사업도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였으며, 고기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올랐다.
가축문제는 동물권리뿐 아니라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우리 스스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알아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 책은 인간과 가축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수의사인 저자 박상표씨는 육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채식이나 동물해방이 궁극적 대안이라는 이념적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저자는 철저히 사실에 근거하여 가축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간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똑똑히 깨닫게 해준다. 또 가축과 인간 모두의 행복을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2010년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한 돼지고기는 19.1kg이었다.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이 삼겹살이므로 모든 국민들이 1년 동안 각각 48인분씩을 먹었으며, 12마리의 닭들을 먹어치운다. 소는 육우와 젖소를 합쳐 300만 마리가 산다. 이 많은 가축은 엄청난 양을 먹고 싸는데, 우리가 수입하는 곡물의 70%가 가축사료이며, 연간 4천650만t의 분뇨가 나온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과학 축산’이란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생명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만 보는 그 ‘불편한 진실’을 하나하나 꼬집는다. 문제는 소, 돼지, 닭 등의 가축이 밀집 사육되는 적나라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고, 송아지 고기를 얻기 위해 1평도 안 되는 좁은 상자에 머리조차 움직일 수 없게 목을 묶어 기르고, 인간이 손가락을 잘리는 고통과 맞먹는다는 병아리 부리 자르기, 마취도 하지 않고 수퇘지의 고환을 거세하고,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밀집사육 시키는 과학 축산이 도리어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제 가축의 복지는 단순히 동물의 해방이나 동물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절실히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서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는 일이야말로 지구환경을 살리고, 가축을 행복하게 하고,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실천이다.”라고 주장한다.
나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가족처럼 키우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공감하며, 동물이 자유롭게 살도록 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