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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 直言 - 죽은 철학자들의 살아 있는 쓴소리
윌리엄 B. 어빈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베네치안 성벽의 남쪽 벽의 중앙에 아름다운 묘가 하나 있다. 그곳에는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잠들어 있다. 묘지에 오르면 이라클리오의 하얀 집들과 푸른 에게해가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와 하늘과 크레타는 너무나 평화롭다. 나무 십자가의 그림자가 묘석위에 드리워지고 묘비가 태양빛에 반짝인다. 거기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스토아 철학의 영향을 받은 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글이다.
이 책은 인간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저자 윌리엄 B. 어빈 교수가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관된 인생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물질주의와 외모지상주의, 쾌락주의가 만행하고 있는 이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생철학, 즉 삶의 포장을 벗겨내고 진짜에 다가설 수 있는 철학에 대해 주목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대 철학인 스토아 철학을 실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즉 철학적인 삶을 위해 실천해야 할 기본적인 심리 기술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부정적인 상황 설정인데 삶은 좋은 것이며 상황은 언제든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성찰하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나쁜 일들이 생겼다고 상상하는 방법으로 부정적 상황설정 기법을 이용한다. 둘째는 통제의 삼분법인데 우리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 부분적으로만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파악하는데 집중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내 일이 아닌 것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기독교의 묵상과도 맞닿아 있다.
셋째는 운명론적인 태도인데 과거를 곱씹어 생각하지 않음으로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찌할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것이다. 넷째는 자기부인인데 일시적인 단식과도 맥이 통하는 기법이다. 종일 굶은 날이면 꼬박 3끼를 먹은 날보다 1끼의 식사가 훨씬 맛있는 것처럼 자기 부인 방법은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삶의 즐거움을 증가시켜준다.
‘인생만사 새옹지마(人生萬事 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인생의 길흉은 항상 바뀌어 앞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즉 인생의 화복(禍福)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말과도 같다. 세상의 그 어떤 사람이라도 그 ‘새옹지마’의 사건 중에서 ‘복이 화로 바뀌는 일’은 없이 오직 ‘화가 복으로 바뀌는 일’만 자기 인생에서 생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을 실천하면 수동적으로 삶이 던지는 변화구에 대비하는 것 외에도 적극적으로 삶의 변화구들 중 하나가 우리 삶에 던져지기를 바라게 된다”(p.283)고 했다.
이 책을 읽어보면 일상생활에 활용 가능한 스토아 철학을 쉽게 알 수 있다. 삶의 원칙이 필요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