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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브랜든 포브스 외 지음, 김경주 옮김 / 한빛비즈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은 음악이라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 어느 문화를 막론하고 음악은 문화의 중심 아이콘이었으며 가장 대중적인 분야다.
이 책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밴드 라디오헤드를 소재로 독창적인 밴드의 예술적, 산업적 위치에 대해 철학적인 탐구를 펼쳐 가는 책이다. 라디오헤드의 사운드와 가사, 그리고 팬들과의 관계 설정 등 다양한 부분을 포스트모더니즘, 마르크스주의 등을 이용해 분석한다. 그들의 획기적인 음악 유통 방식 등에서 철학적 사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니체, 알베르 카뮈, 장 보드리야르, 마르크스 등 현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현대인의 삶과 정치라는 화두에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겹쳐보면 그들의 진가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라디오헤드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라디오헤드는 예술적으로 최전위이며, 산업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흔치 않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영국의 록밴드다. 영국의 철학자, 신학자, 작가들이 니체, 카뮈, 마르크스를 통해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읽어낸다. 현재 세계 대중음악의 지형도를 살필 수 있다.
라디오헤드는 1993년 데뷔와 함께 ‘크립’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는 얼터너티브 록밴드의 대표주자로 국내에서는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라디오헤드의 'Creep'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별하고 아름다운 천사 같은 너의 모습에 비해 난 보잘 것 없다고 읊조리는 가사를 듣다보면 완전 잘난 사람 아니거나 자신에게 취해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낙오자’의 슬픔을 노래하지 않는다. 라디오헤드 이후 비슷한 밴드들이 트렌드를 이루며 ‘브릿 팝’의 전통을 만들어 나가지만 정작 라디오헤드는 그러한 범주에 묶이지 않는다. 성공을 뒤로 한 채 라디오헤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앨범을 발매했고 팬들과 평단은 패닉에 가까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우울하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는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으로 연결되며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평론가 브랜든 포브스 등 16명의 필자가 쓴 이 책은 라디오헤드가 ‘크립’을 부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음악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두터운 텍스트가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 세계 젊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라디오헤드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라디오헤드를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 점점 잊혀져간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탐독해보는 것도 찜통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