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 축제의 밤
문홍주 지음 / 선앤문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잠들었던 아픔과 분노를 일깨우기도 한다. <도가니>, <부러진 화살>은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여기 또 하나의 사건을 떠올리는 소설이 있어 화제다. 바로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이야기를 다룬 <삼풍 축제의 밤>이라는 소설이다.

 

삼풍 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백화점 5층 건물 2개동 북쪽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501명이 사망하고 939명이 부상당했다. 소설은 17년 전, 1995년 6월 29일부터 일주일 동안의 아비규환의 현장을 담은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간군상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필연으로 얽혀 그들이 빚어내는 절망과 희망은 오늘의 대한민국에 보내는 경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명의 주인공이 아닌 여러 인물들을 통해 한국 재난 사고의 역사를 다각도에서 관통해 바라보고 있으며 생존자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과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려는 힘겨운 노력 속에서 작은 희망을 역설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소설을 써낸 문홍주 작가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보면 1995년, 강남 시내 한 복판에 서있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사고당시 백화점안에는 고객 1천여명과 직원 5~6백여명이 있었다. 무너진 시간은 불과 5초밖에 되지 않았다. 백화점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폭삭 가라 앉아 삽시간에 폐어로 변했으며 수십명이 피투성이가 돼 밖으로 튀어 나오는 등 현장주변은 아비규환을 이뤘다. 사고 현장은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 구조물이 수북이 쌓였고 파편이 인근 법원건물에까지 튀었다. 삼풍백화점 건물은 며칠전부터 벽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이날 오전 일찍부터 4층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사고에 휘말려 딸과 아내를 동시에 잃어버린 아버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기자, 사람들을 구해내려는 소방관, 사고를 막을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백화점 신용판매부 직원, 사고현장을 바로 앞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한 노인, 심지어 이 사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형사와 수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기록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백화점을 찾은 이유는 모두 달랐다. 그저 쇼핑을 위해 백화점을 방문한 이도 있었고,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이도 있었고, 첫 출근을 한 이도 있었고,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 방문한 이도 있었다. 지운의 딸과 아내도 그러했다. 딸 지현은 친구들과 백화점으로 놀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고, 아내는 비싼 구두를 교환하기 위해서백화점을 찾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한때 삼풍백화점의 직원이었던 희진은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 죄책감을 지울 수 없다. 백화점 5층의 균열을 발견하고 증거 사진을 찍은 이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상부에 알렸지만 그는 백화점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희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자인 은희에게 알리고 현장에서 나름대로 구조를 시작한다.

 

누가 뭐래도 삼풍백화점은 인재였다. 누군가의 탐욕의 결과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무리한 설계 변경도 문제였으며, 균열이 시작된 걸 알면서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엇던 백화점의 간부들의 책임이 크다. 아내를 잃고, 딸을 읽고, 부모를 잃은 슬픔을,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가족의 애끓은 마음을 외면하기도 했다. 정부와 관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회피할 뿐,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오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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