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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이 참으로 특이하다.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뭔가 알쏭달쏭하다. 책 표지에는 한 남자가 가부좌 자세로 거센 물살 위에 붕 떠 있다. 한 손엔 보라색 구슬이 담긴 컵을 한 손에 든 채, <골반의 두통>이란 역시 알쏭달쏭한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부자연스럽게 보이기는 해도 왠지 편안해 보이고, 뭔가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부제에 있는 대로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이다.
이 책은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 ‘서머싯 몸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인 저자 팀 파크스가 “내가 몸에 관한 책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그것도 내 몸에 관한 책을. 이 얼마나 경솔한 짓이냐. 하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 까닭없이, 분통이 터지는 방식으로 아프게 되리라는 것 또한 생각도 못했다.”며 이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빌어먹을 통증” 때문에 수년간 고생했다. 소변을 제대로 누지 못해서 잠을 설치고 너무 아파서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는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부글부글 끓는 듯한 복부의 긴장감, 회음과 음경을 콕콕 찌르는 통증, 등허리 욱신거림, 밤 사이 대여섯 번씩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참담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전립선비대증, 방광암 등을 의심해봤으나 그것도 아니었다. 최첨단 진단과 치료를 다 받아보지만 정확한 원인조차 알지 못한다. 의사들이 권하는 약이나 식이요법을 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저자는 <골반의 두통>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돌팔이 의사 2인조 같은 느낌”을 주는 저자들의 책이었지만, 전문 의사들이 무시하고 배제했던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구매 단추’를 클릭했다. 2인조의 해법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긴장이완과 근육 마사지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448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다. 저자는 ‘빌어먹을 통증’의 근원이 된 긴장과 흥분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자기 몸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었는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세하게 추적해나간다.
저자는 스스로 ‘회의주의자’라고 칭하면서 “과장없이 말하거니와, 놀라운 것이었다”며 새삼 깨달은 것은 몸과 정신은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몸은 울부짖고 있었다. 긴장상태로 일관된 일상, 형편없는 자세, 씰룩거리는 신경, 필요 이상의 에너지 낭비 등에 신음하며 ‘통증’으로 말하고 있었다. “파크스, 서둘지 마세요! 너무 열을 내고 있어요! 그러다 누구 다치겠어요!”
저자는 긴장이완 방법 등을 넘어 명상의 세계로까지 자신을 밀고간다. “평생 처음 받아 보는, 언어와 관련이 없는 정신적 과제”였다.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자신을 치유한 호흡과 명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한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