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 -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30가지 마음 챙김
다비드 세르방 슈레베르 지음, 권지현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다>를 처음 보았을 때 남녀가 사랑을 하다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별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빗나갔다.

 

이 책의 저자 다비드 세르방 슈레베르 박사는 프랑스 인지신경학 연구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31세에 뇌종양 선고를 받았으나 꾸준한 노력과 치료를 통해 20여 년간 암과 함께 살았고, 완치되었다. 그러나 19년 만인 2010년 뇌종양이 재발해 의사는 기껏 살아봐야 18개월이라 한다. 그는 죽음을 생각하며 마지막 하고 싶은 말들을 틈틈이 적었다. 이 책은 슈레베르 박사가 재발한 뇌종양과 투병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서 기술한 마지막 작품이다. 하지만 극심한 두통과 마비 증세 속에서 쓴 글이지만 삶에 대한 행복감과 희망이 가득하다. ‘암환자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웃지도 못한다면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태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를 생각했다. 그 친구는 우리와 함께 선교여행도 했고, 늘 자주 만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가서 진단한 결과 위암말기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고치지 못하고 결국 용인에 있는 샘물호스피스 병원에 가서 몇 개월 있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갔다. 나는 이 친구를 통해서 내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던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고, 늘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암 같은 불행을 ‘방안의 코끼리’라는 영어 표현에 빗댄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눈앞의 코끼리를 코끼리라 부를 수 있어야 하듯 불행도 꺼내놓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생일날 친구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병세를 자세히 알렸다.

 

그는 또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특혜’라고 말한다.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도 못하는데 그기에 비하면 운이 좋다는 의미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듣고 싶은 음악 목록을 만든다. 암 재발 후 가족과 친구를 만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행동한다. 연민과 동정은 사절이다. 죽음을 앞둔 자의 우울과 불안은 찾아 보기 힘들다.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라는 깨달음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암이 내 삶의 일부가 된 이후로 내게 항상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내 영혼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어쨌든 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 나 혼자만 죽는 것은 아니라는 자명한 진리다.”라고 하면서 “많은 환자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고통이다. 고통 속에서 죽는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는 가장 두려운 일이다. 그 두려움은 모든 인간, 심지어 모든 동물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고통을 직면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신체적 장애로 고통 받으면서도 사랑을 느끼고 전할 수 있는지, 어떻게 무기력한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배운 고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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