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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안쪽 - 영화로 읽는 우리 마음의 작동 원리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최근에 우리나라는 법조계를 흔드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도가니> <이태원 살인사건> <부러진 화살> 등 검찰과 법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화제에 오르면서 이 영화들은 스크린을 넘어 현실 법조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의 관련자들이 사건에 대해 다시 입을 여는가 하면, 이제는 정부 고위관료가 된 당시 사건 담당자들의 책임론이 거론되기도 한다. 영화가 법조계를 정조준하자 여론은 사법부에 비난의 화살을 당기고, 이에 대한 사법부는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 내가 본 영화는 <부러진 화살>이었다. ‘부장판사 석궁테러사건’이라는 희한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관객의 상식과 법원의 판결이 충돌한다. 정지영 감독은 “다혈질적인 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결을 내린 부장판사를 찾아가 테러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 <부러진 화살>과 사건 공판기록을 확인해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듯이 관객들도 재판 진행과정에서 말이 안 되는 부분이나 상식을 벗어난 부분에 대해 새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심리학자로서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인물 분석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온 작가 김태형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층적인 심리, 그중에서도 ‘감정’에 주목하며, 탄탄한 심리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면면들, 인간 심리의 근원들을 흥미롭게 풀어낸 저자는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텍스트인 영화를 통해 우리 마음의 작동 원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이 책은 총 20편의 영화를 텍스트로 주요 등장인물을 심리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이 자기 마음의 안쪽으로 좀 더 가까이 접근하게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각 영화의 기저에 깔려 있는 감정과 심리학 이론에 주목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양가감정(대부), 심리적 게임(엑스페리먼트), 죄의식(헬프), 양심(도가니), 자기혐오(미녀는 괴로워), 공황(해운대) 등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면면들을 영화라고 하는 스토리와 그 안에 살아 있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분석한다. 또한 그런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기억 왜곡(메멘토), 억압(러브 레터), 자기 합리화(매트릭스), 망상(뷰티풀 마인드), 현실도피(파이트 클럽), 감정전이(완득이)와 같은 다양한 심리현상들을 짚어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설명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감정들을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보려 한다.
작가는 이책을 통해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말이나 행동은 위장하기 쉽지만, 감정을 위장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뜻이다. 감정은 그것을 체험하는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감정은 사람의 의식적, 무의식적 동기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삶을 가장 정확하게 해석하고 예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20편의 영화의 분석이 지금까지 들추어보지 못했던 마음의 안쪽까지 만나볼 수 있을 것이므로 누구나 이 책을 한번은 읽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