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올레길 여성 관광객 살해사건이 당초 우발적 범행이 아닌 피의자의 계획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사회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은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무시무시한 책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가 오늘 읽은 책은 <토막난 시체의 밤>이다. 책 제목만 보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난 드라마를 보더라도 ‘전설의 고향’ 같은 남양특집극을 좋아한다. 밤에는 무서워서 밖에도 나가지 못하면서...

 

이 책은 나오키상 수상작가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설이다. 저자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 작가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토막 난 시체’란 1990년부터 10년 동안 이어진 일본 버블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패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을 자랑하다가 그만 경기 침체로 허덕이기 시작하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헌책방 이층에 사는 시로이 사바쿠 앞에 번역가 요시노 사토루가 나타났다. 두 남녀는 외로움을 씻기 위해 몸을 섞지만, 사바쿠가 사토루에게 돈을 요구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나빠지게 된다.

 

사바쿠의 엄마는 바람을 피우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병으로 사망했다. 혼자 남은 사바쿠는 금융 기관에 갔다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자리에서 돈을 빌려 얼굴을 성형한다. 사바쿠 주변에는 멋진 남자들이 따른다. 하지만 매달 대출 이자를 갚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사바쿠는 다중 채무자로 전략하고 만다. 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어머니와 바람난 상대였던 헌책방 주인 사토를 찾아간다. 사바쿠에게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던 사토는 말없이 사바쿠를 받아준다.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사채에 손을 대다가 결국 인간 사회에서 말살된 성형 미인 사바쿠 같은 인물을 볼 때 내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는것 같아 아타까웠다.

 

“사토로 군. 본래 돈이란 폭력성이 있어.” “폭력성? 돈예요? 그럴 리가요. 사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돈 아닌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돈이란 없으면 사람을 곤궁하게 만들고 있으면 있는 대로 질투나 원망을 사게 만드는, 굉장히 성가신 물건이야.”(p.87)

 

“그래서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폭력이 되는 거야. 원망을 사지 않기 위해서는 자꾸 써야 해. 서양의 재력가들이 남의 눈에 띄게 큰돈을 기부하고 사회 공헌을 하는 것은 마음이 착해서가 아니야. 그것은 세상의 공공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 생각해낸 고도의 자기방어 수단인 셈이지”(p.88)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화사한 돈 꽃을 피우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찰떡같이 믿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들의 이야기가 왠지 씁쓸하게만 들리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주는 교훈이 크다는 생각을 해 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