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면 걸어라 - 혼자 떠나는 걷고 싶은 옛길
김영재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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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사회 전체에 퍼지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꿈을 잃고 눈앞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진이 빠져 있다. 3040세대는 자신감을 잃고 김빠진 일상을 살고 있고, 긴 노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로 내몰리는 50대의 어깨는 처져 있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들 자살률이 역대 최고라고 한다. 온 사회가 집단 우울증을 앓고 있다.

 

성경에서는 우리가 칠십, 팔십 년을 산다 해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라고 했다(시편 90장). 우리가 살면서 당하는 고난과 고통은 대부분 우리 각자가 참고 견뎌내야 할 개인 몫이다. 아무리 경제 선진국이 되고 사회가 발전해도 개인의 고통이 없어질 리 없고, 그 고통을 국가가 대신 감당해줄 수도 없다.

 

어느 시인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했다.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진심이 담긴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위로해 줄 사람을 어디서 만나겠는가? 이 책의 제목처럼 ‘외로울 때는 걷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

 

이 책은 똑딱이 카메라 달랑 들고 배낭 메고 세상을 누비고 다녔으며,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시인인 저자 김영재 사진가의 다시 걷는 ‘우리 옛길찾기’ 탐방기록이다. 현세와 내세를 넘나드는 가장 오래된 옛길 문경 하는재를 비롯해 오대산 상원사 동종이 넘었던 고갯길 영주 죽령, 제주 올레길과 북한산 우이령 둘레길 등 각지에 있는 둘레길과 옛길들을 더듬으며 2년여 기간 썼던 기록이다. 어머니 가슴처럼 보드랍고 넉넉한 흙길이 있는 문경새재, 민족의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이 마곡사 은거 시절 조국 광복을 위해 고뇌하고 울분을 삭이며 생각에 젖었다는 백범 명상길,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김삿갓길 등 저자가 걸었던 22개의 길에서 “걷는 일은 결국 혼자 하는 것”이라며, “길은 밖으로 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안으로 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강진 다산초당을 걸으며 “나이를 먹으면 사람도 모습이 바뀌듯 동백나무의 모습이 다양하다. 울퉁불퉁한 근육하며, 상처 난 부위를 이겨낸 기형적인 모습까지 심란한 세월을 겪어온 듯하다. 다산의 한 시절 생애를 떠올리게 한다. 나도 심산해진다”고 말한다.

 

또한 평창 대관령 옛길을 걸으면서 “눈길을 밟아 길을 낸 설답꾼, 소금 가마를 진 선질꾼, 봇짐 진 장돌뱅이, 가마를 멘 행렬 등이 수도 없이 오고 갔을 그 길을 담숨에 내려오니 반정이다. 강릉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동해가 와락 달려 올 것 같은 전망 좋은 지점이다.”라고 하면서 “여기서부터 대관령박물관까지는 6km다. 표지석을 뒤로하고 급하게 계단길을 내려간다. 곧바로 경사가 완만한 길이 나오고 평지처럼 길이 순해진다. 당원 김홍도의 ‘대관령’ 그림이 복제되어 세워져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과 벗하며 살아온 세월과 자연을 대하는 시인으로서의 마음이 유유자적 여유롭고 편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들려주는 길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숨김없는 인생 이야기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정감 있게 드러난다. “걷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아직 걷지 못한 옛길, 우리 길을 계속 걸어가야 겠습니다.”라는 저자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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