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개천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 이야기
박상규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겉 표지에 ‘개 천 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이야기’라는 글이 있듯이 이 책의 저자 박상규는 ‘오마이뉴스’ 기자다. 청계산 보신탕집 ‘오작교’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가 그동안 먹고 입고 자라는 데 희생됐을 개의 숫자 때문에 그의 별명은 ‘개천마리’가 됐다. 길에서 주운 개 한 마리를 마흔 마리로 불리는 재주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어린 시절 일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글솜씨가 있었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특이하다. 마치 어린 아이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다. 실제로는 성인이 된 아들이 엄마에게 부치는 헌정 도서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이 말은 “엄마 때문에 상처 받고,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팠지만, 그런 엄마를 위로하고 그리기 위해 이 책을 내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인 셈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 기자가 된 이유를 부모님의 이혼탓이라고 했다. 엄마는 산골에 아들과 남편을 버리고 떠났고, 아버지는 술과 도박, 여자를 너무도 사랑하여 아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현재 65세의 청소노동자다. 두 모자가 아웅다웅 살아가는 사이, 오랜 세월 아들의 가슴에 응어리졌던 상처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완치되었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며,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도 아빠와 살던 보신탕집 ‘오작교’와 집 나간 엄마가 살림을 차린 ‘창신여인숙’을 오간 기억이 생생하다. 대놓고 미워할 수도,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없었던, 그래서 참으로 아득하고 눈물겨웠던 세상의 끝. 오작교와 여인숙은 그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세상의 끝과 끝을 잇는 험한 길 위에서 슬픔을 삭였다. 길 위에서 숙성된 감성으로 그는 작은 것을 사랑하고 약자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리고 취재현장에서 치한이나 프락치로 몰리는 기자가 되었다.

 

화성 와우리에 있는 작가의 집은 개들의 천국이다. 2003년 봄에 화성 들판에 버려진 사냥개 한 마리를 데려와 보살필 때만 해도 그는 이렇게 많은 개들을 건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개들의 동물적 본능과 왕성한 번식력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 한 마리로 시작했던 개들은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그 개체수를 급속도로 늘려갔다. 그의 집에선 개가 새끼를 낳는 일은 하등 신기할 것 없는 일상이다.

 

그는 개들에게 자신의 항렬자로 ‘상구’ ‘상추’ ‘상미’ 등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개들의 역사도 밤에 이뤄졌다. 개들은 지들끼리 사랑에 빠졌고, 결실을 맺었다. 엄마는 아들보다 개를 더 사랑하여 새끼 낳은 어미 개에게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고 여름이면 덥다고 수박을 깎아주며 겨울이면 춥다고 오리털 이불을 깔아주기도 한다.

 

오랜만에 가슴에 와 닿는 진솔한 책을 만난 것 같다. 꾸밈이나 과장이 없는 부끄럼도 다 까발리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릴 때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직 나는 과거를 까발리지 못하고 숨기고 있는데 아직은 내가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미처 다 펼쳐 보이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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