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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우리가 지금까지 채택했던 모든 제도를 제외하면 최악의 정치체제다.’라고 말한바 있다. 누군가는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이상화하고, 변용하고, 왜곡하고 또 놀리고 조롱한다. 또 누군가는 방탕한 여인처럼 구애하다 한눈을 팔고, 가식처럼 친구처럼 환대하다 등을 돌리고, 줏대 없는 동지처럼 손을 잡았다가 난도질을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두말할 것 없이 인류 최고의 업적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비틀거리고 있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당국의 단속에 항의하는 젊은 행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시작된 항의시위는 아랍 전역의 민주화 대중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번졌다. 이집트 등 4개국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지며 정권이 교체됐고, 모로코 등 5개국이 점진적인 민주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질적인 민주개혁이 진척되지 않은 채 기존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혼란은 여전하다.
이 책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역사 작가 중 한 명으로, 특유의 통찰력으로 우리가 과거에 대한 안목을 넓혀 그 교훈을 현재에 투영할 수 있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로저 오스본이 아테네를 시작으로 하여 19세기 유럽은 물론 프랑스, 영국, 아메리카 대륙을 넘어 중국까지 전 세계 역사 속에서 함께했던 민주주의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이 무엇인지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성을 경험하면서 배우게 된 진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우리 삶은 철저하게 위축된다는 사실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영국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0년 완전 민주주의 국가는 26개국, 불완전 민주주의 국가는 53개국, 혼합 정체는 33개국, 권위주위 정권은 55개국이라고 말한다. 통계를 내기 시작했던 2006년 이래로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미국이 민주주의 전파를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에 대한 현지인들의 반발, 세계적 경제 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쯤 왔을까?’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누군가가 던진다면 당신의 대답은 뭔가? 물론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그리고 정치적 관점에 따라 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답을 할 것만 같다.
저자는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소개하고 ‘모든 민주주의는 저마다 다르고 성공을 보장할 청사진이나 정해진 규칙이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상적인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우리의 민주주의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또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역사적 밑거름을 제시한다. 참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기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