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사람들 - 1866, 애절한 죽음의 기록
이수광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양화진 절두산에 있는 ‘절두산 순교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을 베었기에 절두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절두산 순교기념관은 병인박해 때(1866년) 많은 교우들이 순교한 절두산에 1966년 병인박해 1백주년을 기념해 건축한 곳이다. 우뚝 솟은 벼랑 위에 3층으로 세워진 기념관의 접시 모양 지붕은 옛 선비들의 갓을, 지붕 위에 세워져 있는 구멍난 수직의 벽은 순교자들의 목에 채워졌던 목칼을, 그리고 지붕 위에서 내려뜨려진 사슬은 족쇄를 상징하는데, 이곳에는 순례 성당과 순교 성인 28위의 유해를 모신 지하 묘소, 그리고 한국 교회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많은 자료와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이 책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 <인수대비> <정도전> <소현세자 독살사건> 등 역사서를 집필해 온 역사 소설가 이수광이 조선을 뒤흔들었던 천주교 박해 사건을 생생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특히 순교자들을 통해 한국근대사가 격동하던 1866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한국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1866년에 조선인들은 무엇을 했으며, 천주교가 왜 그렇게 박해를 받았으며, 천주교와 동학이 왜 널리 퍼져야 했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파헤친다.

 

이 책은 천주교의 신앙을 지키고자 순교한 조선 최초의 신부 김대건, 길위의 사제, 땀의 순교자 최양업 신부, 이존창, 황사영 등의 조선인을 비롯하여 먼 이국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알리고자 찾아온 베르뇌 주교, 다블뤼 주교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조선에 개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서구 문명국가들이 보호령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제3세계 국가들을 침략하여 식민지화시키던 시대적 상황과 천주교인들이 당한 박해와 종교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김아기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김아기는 남편의 권유로 천주교에 입교하여 교리를 배웠다. 하지만 남편 김진은 양화진에서 처형됐다. 김아기는 포도청의 종사관으로부터 ‘배교하라’는 명을 받았으나 “배교할 수 없습니다.”하고 거절하자 모진 고초를 가했다. 김아기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천주교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다가 결국 참수에 처해졌다.

 

“김아기는 김진의 처로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의정부에서 올린보고서에 의해 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언제 세례를 받았는지, 어디 출신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김아기를 책의 서두부터 꺼낸 것은 김아기의 죽음은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죽음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부패하고 백성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신음했다. 또한 경제 대부분을 사대부가 장악했고, 농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거나 구걸을 하며 전국을 떠돌던 시기였다. 백성들은 굶어죽지 않고 고통도 없는 세상을 원했다. 천주교가 모진 박해에도 불구하고 요원의 들불처럼 퍼져 1866년에 2만 명의 신도를 헤아리게 된 것은 이러한 사회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그들은 신앙을 위해 귀한 목숨까지 버렸는데, 오늘날의 교회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 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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