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가지 행동 - 김형경 심리훈습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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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에세이를 통해 삶의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소설가 김형경씨의 <만 가지 행동>을 읽게 되었다. 작가는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심리실용서’를 만들려고 했다고 하면서 ‘훈습’을 강조하고 있다. 훈습은 ‘정신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을 우리말로 변역한 용어이다. 훈습은 유식 불교에서 따온 용어로 ‘지각과 의식을 통한 경험이 가장 깊은 층에 있는 아뢰야식에 배어들어 저장되는 것을 것’을 말한다.

 

내가 그동안 작가의 <사람풍경>과 <좋은이별>을 읽고 ‘정신분석’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되었다. 도대체 이별 중에 ‘좋은 이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좋은 이별>을 끝으로 심리 에세이는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p.6)고 하면서 사석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지인이나 후배들이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써 주세요”라는 부탁들을 받고 자신의 경험담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심리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작가는 이미 세 권의 심리에세이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기에 심리에세이는 더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TV의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떤 깨달음을 얻어 이 책을 썼다. 그동안 작가는 정신분석의 원론을 다루어왔는데 이 책에서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실천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정신분석가들의 기법 중에 ‘모르는 채로 머물기, 불분명한 지대에 머물기’가 있다고 하면서 “불분명한 태도는 모든 것을 회의하는 태도와 모든 것에 대해 고지식하게 믿는 태도를 종합한 것이다. 모호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날카로운 각이 없다. 그것은 부더럽고 유연하지만 강하지는 못하다. 잘 구부러지기 때문에 부러지지 않는다. 불분명한 태도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복잡하고 신비로운 세계 가운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한다.”(p.113)고 말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후배 여성들과 함께 꾸린 독서 모임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내 경험을 후배들과 나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서모임을 진행할수록 그것이 훈습 과정의 필수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독서 모임은 ‘비밀의 원칙’을 전제로 하여 몇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철저하게 나의 경험, 나의 통찰을 위주로 한다. 둘째, 등장인물은 가명으로 처리한다. 셋째, 독서 모임 공간에서 일어난 전이, 역전이의 관계 작용을 중심으로 쓴다. 심리적 변화는 전이 과정에서 일어나며, 특히 부정적 전이를 통해 유아기에 억압해 둔 분노, 불안, 시기심 등을 다시 경험하는 과정이 치유의 핵심이다.

 

성경에는 “너희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여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본뜻이다.”(마 7:12)라는 구절이 있다. 현대인들이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자유와 향락을 넘치도록 추구해도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고통, ‘삶의 의미 없음’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전기처럼 지나가면 할 일은 실천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면의 문제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므로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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