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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유전자 - 개인 게놈 공개, 당신의 모든 것을 말한다
미샤 앵그리스트 지음, 이형진 옮김, 신소윤 감수 / 동아엠앤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여 근대 생물학의 길을 열었다고 한다면 그로부터 거의 한 세기가 지나서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이라는 두 젊은 과학자는 DNA의 구조를 처음으로 밝혀 현대생물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1953년 4월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DNA의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라는 내용으로 논문을 쓰서 ‘네이처’에 발표했다. DNA 구조의 발견이야말로 생명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데 20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힌다. 그로부터 9년 뒤에 이들은 생물학계의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를 푼 공로를 인정받아, DNA의 구조를 밝히는데 기여한 또 다른 과학자 모리스 윌킨스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 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 게놈이나 유전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누구나 병들지 않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의·과학자들이 인체의 설계도인 게놈정보를 분석해 ‘무병장수’의 꿈을 개척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자이며 유전학 박사이자 개인 게놈 프로젝트의 피험자였던 저자 미샤 앵그리스트의 생생한 개인 유전체학 소개서이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보이는 DNA와 유전체학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나게 될 미래의 모습을 극적이면서도 리얼하게 그려내어 개인 게놈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과 오해를 말끔히 걷어내고 여러 가지 쟁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개인 유전체학이 아직 제대로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래 인류에게 질병 치료, 범죄 수사, 친자 확인 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게놈에 숨겨진 비밀을 풀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게놈을 통해 현재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암 등 치료 및 완치가 어려운 질병들을 정복할 수 있겠지만 많은 걱정도 생겨나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부모는 결혼, 수입, 직업, 섹스, 요리, 빨래, 빌려 볼 영화, 개 목욕 시킬 당번 등 온갖 일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게놈은 결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모는 누구나 각각 생물학적 자식에게 DNA의 50%를 준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 어디서 건강 검진을 받든 어떤 종교를 믿든 간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는 유해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조금씩 지니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이 가운데 50%를 물려주게 된다.
과학사회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놀라운 과학적 업적을 남기고, 누구보다 열심히 과학 연구에 매진한 위대한 과학자의 책이기에 그 가치는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이 책의 감수자는 “게놈은 한 개인의 완전한 유전 정보를 말한다”고 하면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학의 발전 역시 이미 의료, 식품, 사법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전학은 맞춤 의료나 암의 정복 등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발전하고 있지만, 이미 드러난 대로 유전자 특허를 둘러싼 분쟁을 낳거나 유전 정보에 의한 차별 정책의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