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전문의 김병후의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
김병후 지음 / 나무생각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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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는 마틴 부버가 쓴 ‘나와 너’라는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마틴 부버는 이 책에서 인간을 두 유형으로 분류했다. ‘나와 그것’의 관계로 사는 인생과 ‘나와 너’의 관계로 사는 인생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그것’으로 살아간다. ‘그것’이라는 것은 돈일 수도 있고, 권력과 욕망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사람일 수도 있다. 그저 나에게 필요한 그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언젠가 필요 없으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 그것, ‘나와 그것.’ 반면에 ‘나와 너’의 관계로 사는 인생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속에서의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관심을 상대에게 전하며 살아간다. 이 경우에도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도록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나’와 ‘너’라는 개념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성립과 마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이 세상은 오직 나라는 사람이 또는 너라는 사람만이 존재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는 ‘나’ 이외의 다른 ‘나’가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사랑은 그런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켜 관계를 맺는 기능을 한다.

 

KBS <아침마당>, SBS <뉴스따라잡기>, EBS <60분 부모>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많은 부부와 가족 문제를 상담해 온 정신과전문의 김병후는 이 책을 통해 나의 행복, 나의 성공만 강조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현대사회의 각박함이 ‘너’를 배척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본 저자는 너를 인정하지 않는 이 사회에 진정한 교류와 공명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지금 수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있으며 절망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다. 나를 몰라주는 너 때문이다. 가정에는 남편의 노고를 몰라주는 아내가 있고, 20대 청년 백수의 비참한 심정을 몰라주는 부모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정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이유는 너는 나의 가장 중요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고, 부모는 청년 백수의 환경과 미래에 대해 좀 더 고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너’에 대해 우리가 너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하나 챙기기도 힘든데 ‘너’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충돌이 일어나고 가정 안에서는 평화와 행복을 빼앗아 가버린다.

 

‘너’는 경쟁자도 아니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적도 아니다. 오히려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나와 너가 주고받는 사랑과 화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뇌 과학과 정신분석, 심리학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너’는 ‘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이며 ‘너’가 없으면 ‘나’ 역시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우리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사람이란 신비로워서 그 마음의 깊이를 쉽게 헤아릴 수가 없다. 자신마저도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는데 외모만으로 누구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나와 다른 ‘너’가 있다는 것은 내 삶의 가장 큰 축복이다. 이 책은 ‘내’가 누구며, ‘너’가 누구인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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