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크린에 숨은 세계사 여행 - 영화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김익상 지음 / 창해 / 2011년 12월
평점 :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관객들이 지난 2006년 이후 잊혀진 사건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마침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애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인화학교를 폐교하고 해당 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고, 재학생 22명은 인근 학교로 전학 보내는 등의 보호 조치를 했다.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친고죄 역시 곧 폐지될 예정이다. 이미 잊혀졌던 사건이 영화의 힘을 빌어 다시 한번 거대한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실질적인 법 개정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한 영화가 정치,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영화의 개봉이 끝나는 순간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영화들은 엄밀히 존재한다.
이 책은 <영화 이렇게 보면 두배로 재미있다>의 저자 김익상이 선사시대부터 20세기까지 ‘이집트왕자’, ‘영웅’ 등 20여편의 영화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세계사와 저자의 메시지까지 담아내고 있다. 또한 읽기 쉬운 구어체로 되어있어 이해하기 쉬우므로 누구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어떤 때는 내가 할일 없어 보이기도하고 또 어떤 때는 스스로 현실 도피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이 십편 이상을 관람하기도 했다. 영화를 감상하다가 보면 실제 역사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만나게 된다. 영화를 통해 그려내고 있는 내용이 실제 사실과는 다르게 보는 이들의 재미를 위해 각색을 하지만 영화의 강렬한 인상 때문에 영화 속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때가 많다. 그래서 영화는 역사를 재미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영화를 보면서도 그 영화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으면 영화를 풍성하게 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하다.
이 책은 영화를 교재 삼아 더듬어보는 인류의 발자취라고 할 수 있다. 가령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불을 찾아서’란 영화에서는 5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어떤 과정으로 도구를 만들고 불을 쓰게 됐으며 언어를 사용하게 됐는지 엿볼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영화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각 장 말미에는 부록으로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변을 제시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인물을 만났다. 모세, 진시황, 알렉산드로스, 황비홍, 사이고 다카모리..., 하지만 인간세상이란 ‘무대’가 있고 신의 의지라는 ‘연출’이 있고 거기에 수많은 민초들의 삶과 희생이 있어 역사는 발전해 왔다.
이제 역사는 우리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 자신의 삶, 자신의 역사에선 자신이 주인공이다. 열심히 공부하며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극장에 앉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본다면 나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역사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