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밥그릇 - 잘 나가는 재벌들, 그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곽정수 지음 / 홍익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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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21세기가 요구하는 화두는 상생협력이다. ‘1%’와 ‘99%’로 대변되는 양극화 과정에서 상생을 통한 화합만이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합 차원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갑시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돕고 살아야 살맛나는 세상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즉, 상류층 사람들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굳이 말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자기 자본을 들여 이윤을 얻어 ‘잘 살겠다’고 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태생이 그렇다 하더라도 기업이 나누지 않고 탐욕에만 빠진다면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가 이끄는 호텔신라가 커피숍과 빵집 등 재벌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제과·커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호텔신라는 ‘유럽형 라이프 스타일 카페’를 표방하며 2004년 아티제를 열었고 2010년부터는 자회사 보나비가 매장을 운영했다.

 

그래서 작은 규모이지만 손맛 하나로 이웃의 사랑을 받던 동네빵집의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이제 빵집도 모자라 라면·떡볶이·순대 등 이른바 ‘길거리 음식’사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막대한 자본과 우월한 유통망을 업고 서민들의 생계수단을 접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귀가 따갑도록 듣고, 대기업들 스스로 다짐하기도 했던 동반성장이나 상생의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규제를 풀어 주니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골목상권이나 점령하고 있다는 탄식이 절절하게만 들린다. 대기업이라면 설사 시장 진입에 규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만은 스스로 삼가야 한다. 한국인은 ‘상생’을 중요시했다. 조상들은 가을에 과일을 거둘 때 까치 같은 날짐승이 먹으라고 몇 개는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상생의 지혜를 발휘했다.

 

이 책의 저자 곽정수는 한겨레신문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온 대기업 전문 기자로 2000년대 초부터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동반성장, 기업사회책임(CSR)을 본격적으로 다뤄 왔다. 저자는 양극화 해소와 청년실업, 노사문제 해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 경제민주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재벌기업 경영전략과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왜 상생이 필요한가’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파급되고 있는 ‘사회책임경영’과 한국의 일부 기업에서 시행 중인 ‘뉴패러다임 경영’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장과 자유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는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지를 고발하고, 이런 환경이 왜 생겨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저자는 한국의 독특한 관행인 ‘하도급’도 이제 고비에 섰다고 진단한다. 지금까지 하도급은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고 비용 절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험 공유 등의 장점이 많아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왔으나 2000년대 이후로는 이런 장점보다 중소기업들한테만 불리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지표와 현황을 통해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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