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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 독살사건 - 조선 여 검객 이진의 숨 막히는 진실 게임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조선 시대의 비운의 왕을 꼽는다면 어린 시절 숙부였던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결국 죽임을 당한 단종이나 왕의 칭호도 지키지 못하고 폐위된 연산군과 광해군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왕위에 오르기도 전에 살해당하고 자신은 물론 아내와 자식들까지 역사에서 지워진 소현세자도 비운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조선 인조 시대, 소현세자의 죽음을 중심 사건으로 두고 진실을 추적하는 강호들의 쫓고 쫓기는 무용담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리얼하게 펼쳐지는 이수광의 역사 소설이다. 소현세자와 그의 가족들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소현세자 독살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이 소설은 조선 시대 두 여자 이진과 이요환이라는 검객의 이야기다. 매력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두 검녀의 말과 행동을 통해 소현세자 독살사건을 재해석한 작가의 관점을 읽을 수 있다. 권력 때문에 아들과 손자까지 죽이는 비정한 국왕 인조, 남편과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세자빈 강씨, 권력의 화신 조소용과 김자점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여 소설을 다채롭게 장식한다.
소현세자는 1623년 인조반정으로 아버지가 정권을 잡아, 1625년 세자에 책봉되었다. 1627년 정묘호란이 발발하자 전주로 피신하였으며, 그 해 말에는 강석기의 딸과 혼인하였다.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삼궤구고두를 올리며 항복하자, 이듬해에 부인 및 동생 봉림대군과 함께 인질로 당시 청의 수도였던 선양에 압송되어 억류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청나라와 조선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청나라가 조선에게 많이 핍박하지 못하도록 노력하였다.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로마 가톨릭과 서양문물을 접하였다. 삼전도에서 치욕을 당한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세자의 친청 행위에 크게 비난하였고, 1645년 2월에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 인조는 가톨릭과 서양 과학을 들여와 조선을 발전시키고자 한 세자를 감시하고 박대했다. 귀국한지 3개월 만에 세자는 숨을 거두고 마는데, 일부 역사학자들은 세자가 죽고 난 뒤, 곳곳에 검은 반점이 나고, 시신이 빨리 부패했다는 점에 인조와 인조의 총애를 받던 조귀인이 의원 이형익을 시켜 그를 독살했을 것이라 추정하나,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세자의 죽음 이후, 인조는 세자의 장례를 크게 간소화시켰고, 무덤 역시 ‘원’으로 부르지 않고 묘로 명명하였으며 인조는 죽을 대까지 한 번도 소현세자의 무덤에 방문한 적이 없다. 능원은 원래 소현묘라 불렸으나 후에 소경원으로 격상되었으며, 경기도 고양시에 묻혀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독살로 전제한 후 그 죽음의 비밀을 추적하는 검객들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사회의 가치관을 그려내고 있다. 이미 ‘왕의 여자 개시’ ‘조선 명탐정 정약용’ ‘무사 백동수’ ‘신의 이제마’ 등 역사 속 인물들을 재구성한 대중 역사 소설로 픽션형 역사서를 개척한 이수광의 작품 답게 한 장 한 장 넘길 때 마다 소설 속으로 빨려들 것 같은 생생함을 전해 주고 있다. 조선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싶은 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므로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