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 이야기
한희철 지음 / 포이에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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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세상의 대형화와 물질주의 속에서 한국의 교회들 또한 이러한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근래 몇 년 동안 기독교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기 보다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신세에 처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야기 시킨 주된 원인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형교회나 기독교 지도자들로 인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컸던 만큼 기독교와 교회가 받은 비판의 무게 또한 상당히 컸다.

 

한국교회의 70%에 해당하는 교회들이 100명 미만의 작은 교회요, 미 자립 교회들이다. 게다가 한 해에 수 천 개의 작은 교회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교회를 개척하여 1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작은 교회에 불과하다. 물론 나의 무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교회는 한국교회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87년 3월 25일 굽이굽이 흘러가는 남한강 사이로 강원도와 경기도, 충청도가 만나는 외진 곳 단강마을에 부임한 한희철 전도사가 15년 동안 만들어온 주보 ‘얘기마을’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

 

25년 전 감신대를 졸업한 한희철 전도사는 70가구 남짓한 단강마을에 내려왔다. 그곳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단강감리교회. 성도 수 20여명의 작은 교회다. 청년 전도사는 단강에서 가정을 이루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살았다.

 

저자는 교회를 개척한 이후 매주일 만드는 8페이지짜리 주보에는 그가 목회하면서 만난 단강 마을 사람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실었다. 바라보이는 곳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단강을 넘어 국내외로 퍼져갔다. 주보 속에는 헌금함에 돈 대신 꽃이나 호박을 넣은 가난한 성도들, 새참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달려와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교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소박한 시선들이 담겨 있다. 책 속에는 실제 당시 주보 중 한 편이 그 크기 그대로 담겨있고, 2부 ‘예배당’에서는 ‘손글씨’를 느낄 수 있도록 내용을 그대로 스캔해 담았다.

 

대형 교회의 화려한 모습에 비하면, 작은 교회는 상대적으로 더욱 초라해 보인다. 상처 입은 사람이 병원을 찾듯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교회를 찾아와야 하는데, 사람들에게 교회는 그런 곳이 아닌 듯 보인다. 수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모두가 경쟁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교회를 찾아와야 하는데 작은 교회의 목회자가 애타게 사람들을 기다린다는 것 자체가 벌써 너무 많아진 교회의 한 단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신생아 수에 비해 산부인과가 너무 많아 도산하듯이 말이다.

 

중소기업이 살아 있는 나라가 흔들림 없이 경제대국을 이루는 것처럼 한국교회의 복음화율을 높이고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들이 일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행복해야만 한다.

 

<작은 교회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영적인 포만감에 빠져있는 느낌이 든다. 겉은 화려하게 포장할 수 있어도 그 속에 담긴 본질까지 포장할 수는 없는 것이 만물의 이치다. 그런면에서 한국의 작은 교회들은 진정 이 시대의 보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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