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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가족의 성장일기
심재철 지음 / 문예당 / 2011년 12월
평점 :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일 뿐 24시간은 사람에 따라서 짧게 느껴질 수도 있고,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똑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고 해서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여 인생의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인지는 각기 다르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하루를 25시간이라던지 30시간으로 늘릴 수는 없다. 그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 살던가 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인데 시간을 만든다는 것은 시간관리 노하우를 통해서 버려지는 시간들을 시간을 창조한다는 의미이다. 늘 바쁜 업무에 쫓기다 보면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에게 하루는 참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다. 그저 평범한 하루가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하루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 학생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MBC 문화방송 기자로 방송사 최초 노조를 만들었으며 1996년 정치에 입문하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심재철 의원이 아기가 태어난 순간부터 쓴 ‘가족 성장 일기’로, 아이가 스무 살이 되자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목숨 건 투병과 죽음의 공포 그리고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조차 심장을 다시 뛰게 한 동력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1993년 6월 30일 새벽에 MBC 기자 심재철은 뉴스 보도를 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해 달리던 중 비 내리는 올림픽대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5t 트럭과 부딪치게 되었다. 그가운전하던 자동차는 트럭 밑으로 구겨져 들어갔고, 오랫동안 빗속에 방치되었다. 그토록 처참히 부서진 자동차 안에 사람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내장기관이 심하게 찢어졌고, 두개골에도 10㎝ 정도 금이 가서 골막이 보이고, 유리 파편들이 박혀있고, 심장을 싸고 있는 심장막도 13㎝가량 찢어졌다.” 누구나 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다. 그는 병원에서 300일 동안 사투를 벌이고, 비록 휠체어를 탔지만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죽음에 한 발을 걸친 상태로 그를 버티게 했던 것은 사랑과 희망이었다.
저자는 “가정은 소우주이고, 아기는 작은 역사다. 그리하여 하루는 우주의 탄생과 같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죽을 것 같았던 순간에도 고통을 이기는 희망이, 절망보다 축복이 있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오늘도 하루의 기적이 이어지고, 나는 하루의 기적을 오롯이 일기장에 옮길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교통사고 후의 하루에 대해서 자신이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이유는 죽음을 너무나 가까이에서 느껴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추억은 쌓인다. 누군가는 추억을 먹고살지만, 또 누군가는 치매에 걸려 그 소중한 추억을 송두리째 잃기도 한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죽는 날까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가꾸고 지키는 일인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서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