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레시피 지하철 시집 3
풀과별 엮음 / 문화발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서울에 갈 때마다 분당 미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간다. 지하철에 오르면 책 읽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지하철 안에서는 흔들림도 강하지 않아 책을 읽기에 적당하다. 잠깐 동안의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시간 활용을 잘 하는 모범이 된다. 가벼운 소설을 읽는 사람들, 눈이 빠져라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생들, 그날의 소식을 만나기 위해서 신문을 읽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내용의 책을 읽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외국 여행을 하는 경우 기차 안에서나 카페에서 심지어는 길에서도 책 읽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지금 우리들도 그런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하철을 타면 가방을 열어 책을 꺼내든다.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게 오랫동안의 습관이다. 나처럼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기쁘다. 주로 학생들은 책을 읽고 직장인 층의 연령에서는 신문을 읽는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빈자리가 생기면 서로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졸거나 멍한 시선으로 잡념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사소한 시빗거리에도 관용을 베풀고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사람이 귀하게 여김을 받는 것은 그 인격이 소중함 때문이다.

 

이 책은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 489개 역 가운데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300개 가량의 승강장에서 바쁜 사람들의 발길을 잠시 쉬게 만드는 시편들을 하나로 모아 엮은 책으로 시인들은 물론 파출소장, 초등학교선생님, 목장주인, 신문사편집국장, 카피라이터, 무역회사 사장, 대학교수, 사회복지사, 우체국장, 전업주부, 여고생, 취업준비생, 대학생, 회사원 등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쓴 시를 모은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제1부 아버지의 바다, 제2부 대한민국 청년, 제3부 소박한 행복, 제4부 봄 편지, 제5부 아름다운 것들 등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작품이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길이와 긍정적인 시각으로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며 따뜻한 시인의 심성이 느껴지는 그야말로‘명시’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만을 골라 수록하였다.

 

허홍구 시인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시인이란 이름으로 쓴 시보다 그냥 시민이란 이름으로 적은 시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들꽃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순박하고 더 아름답고 더 향기롭다. 시집을 읽으면 한 가지의 꽃향기를 맞는 게 아니라 찔레꽃 쑥부쟁이 민들레 구절초 같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수백 종류의 향기에 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 외선순환 방향 플랫폼 스크린 도어에 게시된 ‘대한민국 청년’이란 제목의 시에는 ‘나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다/ 빛나는 꿈을 가졌고 무한한 용기를 가졌고 식지 않는 열정을 가졌고 불굴의 의지를 가졌다/ 가진 것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자/ 사실 나는 가진 것이 많은 대한민국 청년이다’ 시를 쓴 이는 가톨릭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정은씨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쉽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들을 통해 행복을 느끼게 하고, 시와는 담을 쌓고 살다시피 한 사람들, 세상 살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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