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년 초가 되면 사람들은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목록들을 적어가며 이런 저런 결심을 한다.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많이 결심하는 새해의 목표 중 하나는 성경 읽기일 것이다. 성경 읽기뿐 아니라 매일의 묵상 계획도 세우고 성경 공부, 암송, 관련 서적 읽기 등도 빠지지 않는 항목들이다. 그럼에도 그 약속을 한 해 동안 꾸준히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것은 ‘왜 내가 성경을 가까이 해야 하는지, 말씀이 얼마나 귀한지’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를 받지 못해서일 것이다.
성경은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다. 하지만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종교적 경전으로만 취급된다. 기독교인 중에서도 원어의 난해함과 어려움으로 완벽하게 읽어낸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성서에 대해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여 새로운 방식의 성격 읽기를 제안하면서 4년 전 CTS기독교TV에서 강연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100여권 가까이 책을 썼지만 TV 강연을 책으로 내기는 처음이에요. 말은 뱉으면 없어지는데 강연 내용이 계속 따라다니더군요. 그래서 (책으로) 거둬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서 저자는 “국문학자로 50년 가까이 언어를 다룬 지식을 가지고 성서를 다른 관점에서 읽어보고 싶었어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고 말한다.
이 전 장관은 2007년 당시 온누리교회 등이 일본에서 개최한 문화선교집회 ‘러브 소나타’ 행사 때 하용조(작고)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가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민아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등을 겪으며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례를 받은 지 4년이 된 이 전 장관은 성경 속 상징을 키워드로 삼아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는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세부 요소와 플롯 등을 집어내 해석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책의 표제를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라고 붙인 데서 알 수 있듯이 성경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문화적 상징성을 설명하기 위해 ‘빵’이 가지고 있는 의미 분석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성경 원어의 ‘빵’과 한글 성경의 ‘떡’을 비교하는 대목은 시학적 독서법을 주문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이 전 장관은 빵을 떡으로 번역한 것은 제유법이라는 수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온 오류임을 지적한다.
저자는 빵 외에도 눈물, 새와 꽃, 아버지, 탕자, 낙타, 제비, 비둘기, 독수리, 지팡이, 십자가 등 성경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통해 성경 읽기와 해석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 강의를 하듯이 흥미롭게 설명해 소설보다도 더 읽는 재미를 준다.
저자는 ‘책 뒤에 붙이는 남은 말’에서 “생활과 문화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성경을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며 “그 생각을 적은 것이 바로 이 작은 책”이라고 글을 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말씀을 떠나 탕자처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