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배반 - 뒤집어보고, 의심하고, 결별하라
던컨 와츠 지음, 정지인 옮김, 황상민 해제 / 생각연구소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불기 시작한 정치권의 태풍이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잦아들긴 했지만 안풍은 여야를 긴장시키기며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왔다. 안 교수는 진보와 보수 대신 상식과 비상식의 이분법을 내세우며,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쪽이든 상식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결과에 대해 “서울시민이 상식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네거티브냐는 문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네거티브는 상식적이지 않다. 상식적인 답변을 했는데도 이에 대해 의혹을 계속 주장하면 그건 검증이 아니라 네거티브”라며 “선거에서 시민들이 그렇게 판단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상식이란 무엇인가? 상식이란 사회적 공동체의 학습된 통념이자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상식적인 이야기들이 어쩌면 반쪽짜리 진실일 수도 있고, 실제로는 틀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많은 사람들은 상식에 의존해 그것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트워크 과학 전문가인 저자 던컨 J. 와츠는 이 책에서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처럼 보이는 상식의 한계와 본질, 직관의 오용과 실패사례를 통해 누구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상식의 치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상식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오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맹목적 믿음과 상식적 진실. 그것을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나리자>나 SNS인 페이스북, 트위터의 성공도 상식에서 벗어나 ‘X가 성공한 것은 X에게 X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순환논리가 작용됐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상식’과 ‘비상식’ 두 편으로 구성됐다. ‘상식’편에서는 우리가 흔하게 보는 사회 현상과 해석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상식이 우리를 어떻게 배반하는지 설명한다. ‘비상식’편에서는 지상 최고의 계획인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화합을 모색한다. ‘상식’편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쉽게 넘어가지만 ‘비상식’편은 난해한 문장과 어려운 얘기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아니하면 자칫 흐름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 책은 우리가 사회현상을 이해할 때 쉽게 적용하는 상식이 너무 많은 오류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일상의 문제를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더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상식도 없는 사람’이나 '상식에 어긋난다'다는 말은 욕이나 다름없이 쓰이지만, 정작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는 상식이 설 자리가 없다. 저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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