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천기 ㅣ 개천기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블랙홀 박사의 우주 이야기>로 유명한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천문학자가 역사소설 ‘개천기’를 쓴 계기를 “기원전 1733년 다섯 행성이 저녁 하늘에 나란히 관측됐다는 기록이 ‘환단고기’의 ‘단군세기’에서 발견됐다. 이 기록이 사실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천문 소프트웨어를 돌려봤는데, 그 결과 단 1년의 오차도 없이 그해 7월 저녁 하늘에 화성, 수성, 토성, 목성, 금성이 나란히 늘어서는 ‘우주쇼’를 연출했다. 이러한 천문현상을 임의로 맞춘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천문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고조선이라는 나라가 분명히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고조선의 융성함, 나아가 배달국의 존재를 확신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조상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천문 현상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과 관료들의 행적을 상상하면서 우리 민족의 시초 배달국의 국가 정비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기원전 3800년 배달국의 천문대장 ‘천백’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아 58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천문을 통해 양력과 음력의 시초라든가, 천문대, 월식의 관찰, 북극의 발견 등 이를 생활에 접목하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노력을 그렸다. 태극 문양을 바탕으로 한 태극기를 수천 년 전 배달국에서 만들었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저자는 “나라의 근본이 되는 모든 것이 하늘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기원전 3804년 배달국에서는 1년이 360일이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90일씩으로 나눴고 ‘월(달)’ 개념이 없었다. 천문을 연구하는 관직인 ‘천백’에 오른 해달은 천황에게 “열두 달로 나누면 더 간편해진다”고 상소를 올린다. 천황은 크게 기뻐하며 1년이 열두 달인 환력을 시행한다.
태극기는 세계의 수많은 국기 중 유일하게 ‘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지구상에서 우리 민족만큼 하늘, 즉 우주를 사랑하고 숭상해 온 민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애국가에 나오는 ‘하느님’, 즉 ‘하늘님’ 또한 우주를 숭상하는 우리 전통을 말해 주고 있다. 오죽하면 ‘개천절’, 즉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공휴일까지 가지고 있을까. 나라의 근본이 되는 모든 것들이 하늘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천백이 되다.’ 2부에서는 ‘하늘을 공부하다.’ 3부에서는 ‘전쟁에 참가하다.’ 4부에서는 ‘풍백이 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천문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뛰어난 시각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던 우리 민족을 재발견하였고 매우 어려운 천문학을 부드러운 인문학에 녹여 누구나 친숙하게 우리 역사와 천문학을 느낄 수 있도록 한 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다민족국가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어 우리 조상이나 민족을 거론하기가 점점 더 어색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개방과 포용은 수용하더라도 ‘줏대’를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일부가 외국에 나가 사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민족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천문학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섭렵하는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