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터 - 나희덕, 장석남 두 시인의 편지
나희덕.장석남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연애를 했다. 몇 년간 서로 사랑하면서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다가 나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대구 50사단에서 훈련을 받고, 강원도 양구로 배치되었다. 지금은 교통편도 좋아서 어디든지 쉽게 갔다 올 수 있지만 그 때는 교통편이 좋지 안아 서울에 오려면 7시간이나 걸렸다. 소양강에서 배를 타고, 그리고 버스를 타고 거의 하루 종일 걸렸다. 그러다 보니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군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써서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생활을 했다.

지금도 그 때의 편지를 버리지 못하고 가끔 읽어보면 유치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이젠 디지털 문명이 하루하루 다르게 발달해 가면서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너무 빠르게 전달되는 디지털 문명의 이기는 기다리는 일도, 그리워하는 일도 추억의 저편으로 내몰고 말았다. 요즘은 휴대폰과 문자로 서로의 메시지를 교통한다. 하지만 편지처럼 속 마음을 정감있게 전하지 못하여 그리움은 편지를 더욱 아쉽게 만들고 있다.

이 책은 대학교수이면서 중견시인 나희덕(45)씨와 장석남(46)씨가 지난 1년간 서로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서간집이다. 한국 시단에서 각자 분명한 색깔을 띠고 활동 중인 두 시인은 서로를 ‘동무’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다. 이들은 1년간 서른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적인 교감을 나눴다. 서른 통의 편지가 오고 가는 사이 우여곡절도 많이 있었다. 지난 1년 사이 장 시인과 가장 가까웠던 최하림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 시인은 여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와중에도 두 시인은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세계 작가 축제에 참석하며, 이사도 하고, 책을 들어 공부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처럼 묵묵히 일상을 견뎌 온 두 시인이 인생에 대해 담백하고 진솔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현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두 시인이 가족이나 생활에 대한 소회를 가감 없이 서술한 대목에서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일상사를 엿볼 수 있어 좋다. 나희덕 시인은 “갑작스럽게 동생을 잃고,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약속된 날짜에 맞추어 글을 쓰야 한다는 것이 참 가혹한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장석남 시인은 “지금 제가 잠시 머물고 있는 데는 강원도 인제입니다. 강원도에 오면 다른 무엇보다 나무들이 가까이 다가온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겨울이니 겨울나무들입니다. 엊그제는 가까운 곳에 산보를 다녀오다가 얼핏 나뭇가지들의 기색이 좀 달라진 것을 느꼈습니다. 아주 조그만 변화였습니다만 분명 먼 데서 온 미소가 틀림없었습니다. 봄의 예감입니다”라고 자신의 당시 근황을 전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쉽게 시를 쓰고 편지를 써서 모으면 시집도 되고 서간문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도 이런 책을 내볼까하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이 책의 ‘맛’을 음미하면서 읽다가 보면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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