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고향은 두메산골이다. 멀리 앞쪽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뒷산에는 신라 눌지왕 때 세운 <대둔사> 절이 있는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이곳은 구미시에서 70리 떨어진 곳이며, 상주와 맞닿아 있는 곳이다. 어렸을 때에는 동네 아이들과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지게에 지고 날랐고, 소를 몰고 산에 올라가 풀을 뜯어 먹였다.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가도 그저 동네 뒷산에 있는 ‘절’에 가서 법당을 둘러보고 소원을 빌기도 하고, 약수물을 떠 마시기도 하고, 보물찾기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는 산에서 살았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산은 우리 마음을 높은 곳으로 승화시키고 우리 정신을 높은 곳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자면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차다. 그러나 산꼭대기에 올라서면 넓게 펼쳐진 세상이 열린다. 내가 살아온 세상이 열리고, 하늘이 가까이 다가선다. 산은 자질구레한 일상의 걱정 근심과 사회적 속박에서 해방되어 한없이 신비한 세계를 잠시 경험하게 한다. 산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작은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온 세상을 가슴에 다 안을 것 같은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산 전문 월간지 <사람과 山>에 20여 년 동안 편집부장, 편집국장으로 몸담아 온 박기성이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고 고증한 3년간의 결실을 묶은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산악회원에 가입하여 30년 동안 무한한 애정으로 산에 올랐던 저자는 좀 더 의미 있는 산행을 위해 삼국사기에 나온 산을 돌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의 장점은 산과 산성을 역사의 현장으로 보면서도 자칫 사학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맹신적 주장을 하지도 않고 <삼국사기>를 무턱대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편향된 사고를 가진 김부식을 질타하기도 하고, 지명에 대해서는 언어학적 논증을 펼치기도 하며, 한때 역사학도의 길을 걸었음을 증명하듯 구체적인 사료를 비판하고 해석하기도 한다.

저자가 의미있는 산행을 결심하고 '삼국사기의 산'을 찾아 3년을 다녔다. 이 책에는 3년 동안 29개의 산을 돌면서 역사와 문화를 직접 찾아 수록하였다. 특히 박제상을 기다리다 돌이 된 여인이 있는 치술령, 백제의 성왕과 그의 군사 2만9600명이 몰살당했던 관산성이 있는 재건산, 탈해왕 때 병합한 동래 지역 40여 리에 걸쳐 있던 거칠산국의 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황령산, 아차산성과 8개의 보루성을 품은 한강 지킴이 '아차산', 광개토대왕이 확보한 고구려 중원의 거점이 된 장미산, 황산벌 싸움의 서라벌군 김유신 장군의 지휘소가 있던 갈마산 등 역사가 살아있는 산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면서 삼국시대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국사를 전공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현장을 발로 뛰면서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쓴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새 산이 그리워지고 산에 오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산으로 둘러 쌓여있는 산의 나라 대한민국의 산 애호가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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