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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평점 :
아동 성폭력이다, 납치다 해서 사회가 흉흉한 탓에 아이 혼자 어딜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아이는 학교와 학원만 오가고, 집에서는 제 방에 혼자 틀어박혀 컴퓨터나 끼고 산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면서 자랐다. 시간이 날 때는 항상 동화책을 읽으면서 지냈다.
많은 사람들이 ‘동화책은 애들이나 읽는 책’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면서 함께 아파하는 시편으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 정호승씨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모아 <울지 말고 꽃을 보라>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냈다.
‘인생동화’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은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 등 이전에 냈던 동화책 4권에서 핵심만 골라내어 우리가 인생에서 잊지 말고 붙들어야 할 화두를 던져주는 우화와 재미있는 동화 102편의 글을 묶었다. 서양화가 박항률씨의 유화와 펜화도 함께 수록하였다.
저자는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다’는 글을 통해서 못생긴 외모에 좌절한 과일 모과가 자포자기 끝에 고통스럽게 썩어가자 비로소 사람들이 모과 향기의 진가를 알아본다는 얘기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에는 성공의 향기가 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무생물에게까지 감정을 이입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 후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가을보리’에서 한 농부가 평생 농사를 짓다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아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교훈을 주기 위해 봄 들판에 가을보리를 심는다. 비료를 주고 정성을 듬뿍 주어 길렀지만 막상 수확해보니 곡식이 웃자라기만 했을 뿐 열매가 제대로 맺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고통이 없이는 열매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을 아들에게 남기고 눈을 감는다.
“아들아, 내 말을 잘 들어라. 가을보리를 봄에 심으면 절대 열매를 맺지 않는다. 가을보리는 가을에 심어 혹독한 겨울의 눈보라를 견디며 자라게 해야 이듬해 봄에 튼튼한 보리로 자라서 알찬 열매를 맺는다. 그것이 가을보리의 타고난 운명이다. 가을보리가 진정한 보리가 되기 위해서는 겨울이라는 고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고통이 없는 온실 같은 평화는 오히려 가을보리에겐 절망이며, 죽음이다. 아들아, 이렇게 가을보리처럼 고통 없는 열매는 없다. 너도 이제 네 인생의 고통을 피하려 들지 말아라. 네 인생의 알찬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저자는 ‘뼈저린 후회’라는 글에서 저녁 식사 준비로 바쁜 시간에 찾아온 앞집 아주머니를 다소 불친절하게 대하면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내일 하시죠. 제가 찾아뵐게요. 지금 막 아이들 주려고 닭고기를 튀기는데 집안이 엉망이에요.” 하고 돌려보낸 다음날 어젯밤에 아파트 베란다에서 그 아주머니가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들로 꾸며졌다. 수많은 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사랑의 이야기를 동화의 그릇에 담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임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