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달 말 서울에 갔다가 광화문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부근에 대형서점 ‘교보문고’가 있기에 시간도 때울 겸 들어갔다. 고령화 사회에 관한 책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평론가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知的) 여생을 보내는 방법>을 구입했다. 80대 고령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년배 노인을 위해 쓴 책이다.

부모님은 80이 넘으셨는데도 지금도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고 계신다.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고향으로 부모님을 찾아 뵙고 돌아왔다. 동생들과 함께 이제는 농사일을 하지 말고 그냥 계시라고 하자 일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농사를 지어야 자식들에게 뭔가 줄 것이 있다고 하시면서 고집하셨다.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물질적 만족감은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고 크다. 지나치게 풍요로워 인간성의 물질화를 염려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지적생활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크게 구분되는 점은 지적 능력이다. 위대한 자연을 바라보면서 시를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음악을 작곡하고, 또 그것을 감상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지적생활이란 말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말이라서 어색하게 들리기는 해도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지적생활자의 수는 놀랄 만큼 늘어났다. 지적생활이란 어떻게 하면 내면의 충만을 느낄 수 있느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넓은 의미의 학문의 생활화를 말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모른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 교수는 동서양에 대한 폭넓은 학식과 깊은 통찰력으로 문학, 역사, 사회, 경제 등 다방면에서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이 책은 20여 년 전에 출간되었는데, 지금 까지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을 만큼 일본에서는 명저로 꼽힌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잠재돼 있는 지적본능을 깨우고, 삭막하고 무기력한 일상에서 벗어나 생기 넘치는 지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적의 지적공간을 만드는 방법부터 지적생산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까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알려줄 뿐 아니라 지적생활자들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에 관하여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적생활은 자신만의 고전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책을 두세 번 반복해서 읽는 것은 밥을 꼭꼭 되씹어 먹는 것과 같다. 어느 책을 읽고 또 읽고 수십번 되풀이해서 읽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책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고전이 된다. 나에게는 이러한 책이 몇권이나 있는지 생각해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지적생활을 하도록 안내한다. 지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책을 사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책의 권수가 적더라도 나만의 고전이 된 ‘장서’가 있다면 그것은 자신만의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책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며, 책을 읽을 때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풍요로운 지적 삶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네비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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