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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유 - 아직 배우지 못한 단순한 기술
고세진 지음 / 순정아이북스(태경) / 2011년 8월
평점 :
물질이 풍부해져도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인간은 늘 더 많은 것, 더 나은 것, 더 멋진 것, 더 아름다운 것을 바란다. 현자들은 소유욕의 노예가 되어 불필요한 것들에 얽매이는 삶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법정 스님은 그것을 ‘무소유’라고 표현했다. 법정스님이 남긴 유언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말빚을 남기기 싫으니, 당신의 이름으로 펴낸 책을 모두 절판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스님이 남긴 책들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으로 이어져, 스님의 책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차지하는 현상을 낳았다. ‘무소유’라는 말은 불필요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소유들에 얽매이고 집착하고 더 많이 소유하려고 싸우는 악순환을 끊으라는 뜻이다. 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어지럽히고 망가뜨리는 욕심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책은 전 아세아연합신대 총장이며, 미국 시카고대에서 근동고고학을 전공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대 총장을 지낸 신학자이자 고고학자인 고세진 교수가 강의실 밖으로 들고 나온, 이 시대에 필요한 혜안을 담은 책이다. 그는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물질이 풍부해져도 사람들의 욕심은 자꾸 커지고 함께 사는 방법은 오히려 서툴러지는 이 사회를 보다 못해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와 종교적 성찰을 담은 신앙에세이집을 내놓게 되었다.
저자는 행복을 찾아 조용하고 신선한 곳으로 떠나기를 권하지 않으며, 분주한 이 세상 한복판에서도 고요한 산속에서처럼 평온한 삶을 살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무소유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무소유로는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유소유’란 ‘유익한 소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주는 대안 책이다. 패역과 절망의 끝인 양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소유 정신만으로는 목마름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소유하지 않고 지탱되는 삶이 있는가? ‘버림’과 ‘가짐’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어느 한 쪽을 강조하게 되고 우리는 방향을 잃게 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있어야 할 것은 반드시 있어야 균형 있고 조화로운 삶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저자는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타 종교인들에게도 목사이자 신학자, 기독교인이 고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원색적인 신앙 이야기를 하면 거부감이 생기고 역효과만 생기거든요. 해결할 수 없는 고난이 왔을 때 우리는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지 우리의 소유 속에 신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무소유와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을 지키는 유소유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힌 저자는 꼭 지켜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남을 위해 나누고 공유하며 더불어 사는 사랑과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유소유 정신을 발휘한 사람의 롤모델로 자신의 생명을 내놓고 인류를 살린 예수 그리스도를 꼽았다.
예수께서는 “여우들에게는 굴이 있고, 공중의 새들에게도 집이 있지만, 인자에게는 머리 둘 곳도 없다.”(눅 9:58)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때 제자들은 예수님을 버리고 모두 달아났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은 호화롭고 권력 지향적 이어서는 안된다. 소유하려고 열을 올리지 말고, 주기 위해 밑바닥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상이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 목회자와 신앙인들이 하루빨리 성공이란 단어를 버리고 영혼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테레사 수녀의 “신은 우리에게 성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신은 단지 우리가 노력하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분주하고 복잡한 세상에 살면서도 평안하고 균형 있는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크리스천이나 비 크리스천이든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