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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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 안팎에서는 ‘강남좌파’라는 신조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생소한 단어가 주는 느낌은 뭔가 어색하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강남’과 약자와 사회개혁의 상징인 ‘좌파’라는 개념을 결합해 놓았으니 생뚱맞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강남좌파라는 말은 지난 2005년 일부 보수진영에서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운동권 출신의 386 인사들을 비꼬아 일컫던 말이었다.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 세력이 웬 좌파운동이냐’는 비아냥을 담고 있다. ‘강남좌파’란 전문직 등에 종사하는 의사, 변호사, 교수, 공사 고위직 샐러리맨 등 고소득, 고학력 계층으로 진보적 이념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강남’이란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들 계층이 경제적 여유를 갖고 있다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상징적 조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 정권 시절 강남 좌파 현상을 최초로 제기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강남 좌파의 현상의 실체와 논란을 새롭게 진단한다. 저자는 ‘강남 좌파’의 등장 배경을 설명하고 전 세계적인 동시대적 현상으로서 모든 정치인이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이념은 좌파적이나 생활은 강남 사람 같다’는 일반적인 정의를 뛰어 넘어 강남 좌파의 유형을 총 9가지로 분류해 총체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그 기준은 ‘강남’의 성격, 주체의 위상, ‘좌파’의 실천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각각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 ‘공적 강남 좌파’(지도자, 정치인, 고위 공직자)가 ‘기회주의적 강남 좌파’로 변질되는 것이 ‘강남 좌파’에 대한 비판론의 핵심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강남좌파는 우리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해서 긍정론과 부정론을 함께 제시한다. 긍정론은 첫째, 상류층 사람이 진보적 가치를 역설하는 게 하류 계급에 큰 힘이 된다는 점이다. 둘째, 갈등의 양극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상류층에 속하면서도 하층 계급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

부정론은 첫째, 권력ㆍ금력까지 누리면서 양심과 정의의 수호자로 평가 받는 이른바 ‘상징자본’까지 갖겠다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둘째, 진보를 더 많은 권력ㆍ금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셋째, ‘강남좌파’의 진보 프로그램은 말로만 강경한 속성이 있어 실천보다는 당위의 역설로 그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해낼 수 있는 실천마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강남좌파는 왜 좌파운동을 펴고 있을까? 외견상 아무 부족한 것이 없을 것 같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는 상류층 인사들이 왜 자신들을 키워온 토양을 갈아 엎자는 일에 나섰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고소영 수석, 강부자 내각’이라 불릴만큼 끼리끼리 해먹는 보수의 전횡에 실망하고 촛불집회로 민중의 힘과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보수의 전횡과 이기주의에 반발한 중도성향의 부유층이 서서히 좌파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지앵’이나 ‘뉴요커’처럼 진보 성향의, 보보스적인 부유층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좌파가 부자가 된 경우’가 아니라 ‘전통적인 부자가 좌파가 된 경우’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보수 기득권층의 전횡과 이기주의에 반발한 중도 성향 부유층이 서서히 좌파 성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강남좌파란 한마디로 엉망진창인 보수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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