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국경을 넘다
이학준 지음 / 청년정신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조선일보 크로스미디어팀 기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이학준 기자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탈북자를 만났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외국대사관까지 쳐들어가며, 공안과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몸이 느끼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그 경험의 주체인 저자의 몸과 그가 경험했던 독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생명을 담보하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위험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당시의 취재수첩과 자료들을 통해 풀어낸 탈북자들의 삶의 궤적들을 읽노라면 때로는 환희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안타까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체제에 비판이나 이데올로기적 편 가르기가 아니라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과, 그 희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길을 나서는 사람들의 삶…. 욕망, 사랑, 이별, 그리움과 같은 인간의 얼굴들이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야기들이 로드무비처럼 펼쳐지고 있다. 서스펜스 소설과도 같은 긴장감과 휴먼 드라마와도 같은 감동이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이 책을 읽으면 국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부각될까 우려해 탈북자 초청까지 거부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김정일 정권의 인권은 보장해주어야 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왜 외면하는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얼마나 적대적인지 잘 보여준다. 정말 부끄럽고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국회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탈북자를 초청해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경청해본 적이 없다. 지금 국내 탈북자가 2만2000명을 넘었는데도 말이다. 집권을 위해 자신의 기본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우리시대의 영혼을 종북 세력에 팔고 있는 민주당은 얼마만큼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저자는 ‘하하촌의 눈물’에서 “우리 잡히던 날, 산에 숨어 있다가 이틀 동안 밤낮 자지 않고 신발을 손에 쥐고 맨발로 걸었다. 조선의 가난한 나라 사람, 먹지 못해서 입지 못해서... 결국은 구걸하러 온 거나 같지 않습니까. 우리도 중국 사람한테 멸시를 당하고 산단 말입니다. 그러나 지구상에 중국 나라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일본이나 어느 나라 사람, 인간은 다 같은 인간으로 유독 조선 민족이 고생에 시달리고 배고픈 설움으로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탈북자를 더 이상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기를, 통일 한국을 대비하라고 미리 보내준 귀한 손님이 그들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대한민국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타인의 호의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모습에서, 자라온 체제를 부정하기보다 인정받길 원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을 읽노라면 바로 옆에 상대방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문화를 공유해 왔고 같은 말을 쓰는 탈북자. 그들의 두려움, 분노 그리고 외로움 등 그들이 느꼈던 삶의 궤적을 흥미진진하게 대리 체험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은 필력이 모자라 온몸을 뒹굴어 썼다는 저자의 표현대로 2007년 3월부터 2011년 5월까지 4년여에 걸쳐 혼신의 힘을 쏟으며 국경을 넘나드는 행로를 좇아 읽다 보면 덩달아 흥분되는 ‘인간애와 도전’으로 가득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