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사명 - 고통에 직면한 환자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
로저 콜 지음, 주혜경 옮김 / 판미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두려움과 슬픔을 안겨준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 숙연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성경 히브리서 9장 27절에는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고 했다.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을 극복하고 다시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종교를 찾기도 하고 다른 여러 가지의 방법을 강구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함께 나눈다면 어떨까!

이 책은 종양학자이며 고통완화 전문의사인 로저 콜이 죽음에 직면한 환자들의 여정을 돕고 지켜본 경험과 명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평화로운 죽음이 삶의 근본적인 아름다움을 일깨워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기 암 환자들을 대하는 직업적 특성상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사랑하던 모든 것을 잃고 헤어져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그들에게 절실한 고통완화 처방을 해주는 것이 역할이지만, 의사의 능력과 연민의 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치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의사가 그냥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될 때, 환자들은 그의 지식과 기술, 이해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얻는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고통완화 의료의 목표이다. 저자가 고통완화를 단지 죽어 가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의학계의 문제 해결 분야로 소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일을 하면서 늘 기쁜 이유는 삶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이다. 고통은 영혼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잠시 겪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을 관찰하면서 위로해 준다. 과거 생에 쌓았던 계좌를 정산하는 과정을 통해 그 영혼들이 완전한 잠재력을 자각하기 시작하는 것을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것을 통해 고통에서 초연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사랑할 수 있다. 걱정보다는 사랑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다고 환자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고 걱정하는 대신 사랑을 보낸다.

죽음이란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즉 원래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올 때 순수한 상태였는데, 세상을 살면서 상처의 경험을 통해 고통과 불신이 생긴다. 그 고통과 불신,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의존성을 놓는다는 것이다. 흔히 놓는다고 하면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는데, 그 반대로 되찾는 것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 보면 아주 훌륭한 비유가 나온다. 동전 한 닢을 쥐고 팔을 뻗어 손바닥을 아래로 펴면 동전이 떨어지지만,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펴면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순수했던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치유가 일어난다.

저자는 명상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고통이 생기도록 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명상을 통해 아름다운 삶과 죽음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돌보는 완화의료에서는 이 명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 죽음이 단순한 삶의 끝이 아니라 거기까지가 인생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언제 그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두려움 없이 완성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으면 행복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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